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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영 Dec 26. 2023

자기발견#12. 패러디 글쓰기

책, 읽을 것인가, 모을 것인가

오늘은 계절학기 수업 첫날이다. 계절학기 수업은 15주 수업을 15일 만에 마치는 과정이다. 이전 학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수업을 시작하기에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힘든 일정이다. 나는 아직도 새로운 학생들 앞에 서면 설렌다. 


 나는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한다.  글쓰기 교수로서 “이래도 되나?” 하는 고민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쓰기보다 읽기를 더 많이 하고 읽기보다 책사기를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책 정리를 하며 중고서점에 팔고 재활용으로 버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 방에는 책으로 가득하다. 가득 채운 책을 보면 기분이 좋다. 틈틈이 나에게 선물한 보상과 즐거움의 흔적들이다. 그런데 책꽂이에 안 읽은 책이 수두룩하다. 읽는 양보다 사는 양이 많아지다 보니, 독서가 아니라 책 수집이 취미가 된 것 같다. 책을 읽고 소화하는 속도가 책을 수집하고 싶은 의욕을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방학 기간에는 더 많은 책을 사들였다. 마치 비상식량을 모으는 것처럼 책을 사들이고 있었다. 

생각해 보았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나는 왜 책을 수집하고 있는가? 가장 큰 이유는 책 서핑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을 훑다 보면 관심 가는 책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면 가슴이 뛴다. 가슴이 뛸 정도로 즐거우니 멈출 수가 없다. 책이 곁에 있으면 언제든 읽게 된다. 보물창고처럼 든든하다.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게 얼마나 큰지 알기에 당장 읽지 않아도 불편하지는 않다.     


“방대한 지식 창고, 무엇이든 자세하게 보여주는 렌즈, 마음의 안정제, 옳고 그름과 좋고 싫음을 판단하는 기준, 기쁨과 감동을 주고 한없이 우울할 때 안아 주는 친구….” 


책의 역할에 대한 이 부분은 임진주 작가와 거의 동일한 느낌이어서 소름이 돋는다. 너무 반갑다. 큰 위안이 된다. 내 글도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는 모으는 것을 잠시 멈추고 그동안 사들인 책부터 읽어야겠다. 


* 오늘의 글은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인 임진주의 [일사일언] 책, 모을 것이냐 읽을 것이냐를 읽으며 나와 비슷한 면을 발견해 패러디해 보았습니다.

https://www.chosun.com/opinion/every_single_word/2023/08/31/SQETVWNNHNERPJML34VRPY7Q3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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