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있는 최선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직업은 한 개인의 삶의 본질을 결정하고 삶의 내용과 수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필자가 진로상담을 하고 있는 한 내담자가 있다. 이 내담자의 진로를 돕기 위해 심리검사 3 가지를 실시하였다. 먼저, 직업적성 검사인 홀랜드 결과에서는 사회형(S)이 가장 높게 나왔다. 이 유형의 특징은 사교적이며 사람들과 교류하고 협력하는 일을 좋아한다. 타인의 문제를 듣고 공감하며 도와주고 치료해 주는 활동을 좋아한다. 즉, 이들은 사람을 상대하는 활동에 능숙하다. 두 번째로는, MBTI 성격유형검사를 실시하였다. MBTI 검사는 최근 ‘놀면 뭐하니?(싹쓰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심리검사가 되었는데, 실제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MBTI 검사를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급증하였다. 각각의 심리검사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글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고, 이 내담자의 MBTI 결과는 감정형(F)이 나왔다. 감정형은 의사결정이나 선택을 할 때 사람에 기준을 두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동정심이 많고 친절하며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며,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쏟고 적극적으로 돕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에너지를 얻는 편이고 타인의 칭찬과 격려에 힘을 얻으며 무관심과 불친절에 상처를 받는다. 세 번째, CST 성격강점 검사 결과에서 내담자의 강점은 인간애에 집중되어 있다. 인간애는 다른 사람을 보살피고 친밀해지는 것과 관련된 강점으로써 따뜻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심화하는 데 기여를 한다. 특히 이 내담자에게 가장 높게 나온 대표 강점은 사랑이다. 사랑을 강점으로 가진 사람의 특징으로는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깊이 있는 애정을 주고받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깊이 있는 우정과 애정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심리검사에서 높게 나온 지표 위주로 간략하게 소개가 되었지만 이 내담자의 경우, 3가지 검사에서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공통된 속성이 있다. 바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상호작용하는 활동에 능숙하며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내담자가 진로 방향을 설정할 때, 자기 속성은 무시한 채 돈을 우선순위에 두고 직업선택을 하게 된다면 어떠할지 상상해보자. 실제로 상담과정에서 이 내담자는 자기의 속성을 이해하면서도 직업선택에서는 사람보다 돈을 더 먼저 고려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럴 경우, 당장은 돈이라는 보상으로 인해 잠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일터에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다.
이 내담자는 자신이 가진 인간애에 대한 능력과 사람을 상대하는 활동에 능숙하다는 것을 직업선택 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일할 때 자신과 타인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오게 될지도 진지하게 탐색해 보아야 한다. 사람은 일을 통해서 내가 사회에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쓸모가 있는지에 따라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의 욕구는 혼자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행복한 삶의 공식은 자신의 대표 강점을 발견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매일 발휘하며 커다란 만족과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표 강점을 직업이나 인간관계, 여가활동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때, 삶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며 성공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위에 소개한 내담자의 경우, 자신의 대표 강점인 사랑을 직업이나 일상생활에서 매일 발휘하며 실천할 수 있다면 커다란 만족과 행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이는 내담자의 자신감과 자존감 증진으로 연결될 것이다.
“심리학은 인간의 약점과 장애에 대한 학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강점과 덕성에 대한 학문이기도 해야 한다. 진정한 치료는 손상된 것을 고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최선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 마틴 셀리그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일을 갖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흥미),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가치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적성/강점), 나는 어떤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성격)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을 보다 명료하게 파악하고 나면 자기 계발과 자기 성장의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요인들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지기 이해가 뒷받침될 때 합리적인 직업선택이 가능해진다. 왜냐하면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인생을 구원받다
필자의 저서인『엄마, 행복해?』프롤로그 첫 문장은 ‘일을 통해 인생을 구원받다’로 시작한다. 나에게 있어서 일은 내 인생의 구원자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일을 통해 가르치는 즐거움을 체험하고 있으며, 학생들을 좀 더 잘 가르치게 될 때 행복감을 느낀다. 나의 대표 강점인 학구열을 발휘하기에 얻게 되는 행복감이다. 누구든 자신의 강점을 연마하여 필요한 곳에서 발휘할 수 있다면, 약점 때문에 비롯되는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싫고 지루하던 공부가 지금은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매일매일 배우고 가르치는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곧 삶의 활력과 나 자신에 대한 존중으로 연결되며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수용과 존중으로 확장된다.
혹자는 죽음의 순간에 “내가 그때 일을 더 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나 역시 죽음 앞에서 “일을 더 많이 할 걸 그랬어!”라고 말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죽을 때 “나는 원 없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긴 하다.
하버드 대학의 철학 교수인 오하드 카민은 졸업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제자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인생은 짧다. 진로를 선택할 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라. 그중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선택하라. 그리고 다시 그중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들로 선택의 폭을 좀 더 줄여라. 마지막으로 그중에서 정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그 일을 하라.”
어떤 학생이 사회복지사가 되기를 원하고 그 직업의 장단점에 대해 알고 있다면 교사는 금융계로 가는 쪽이 돈을 더 벌 수 있더라도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또한 소설가가 되기를 원하는 자녀가 있다면 부모는 그 자녀가 의사가 되기를 바라더라도 소설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진정으로 제자와 자녀의 행복을 바란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을 때 고통스럽더라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가 ‘내가 원하는 것인가?’의 여부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 길을 갈 때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