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영 Jun 26. 2020

외로움을 해소하는 유일한 해결책

자신의 삶에서 사랑을 복원하는 일

               “사랑이 밥 먹여 주니?”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면 이렇게 되묻고 싶어 진다. 

                     “그럼 밥 먹으려고 태어났니? 고작 밥 먹으려고 태어난 거야?”      


사랑의 힘


  지금 우리는 사랑을 조롱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고 거래하는 그래서 사람보다 돈이 더 중시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류의 보편적 주제인 사랑. 때로는 마음에 상처를 남기게 되어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해보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찾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인간은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랑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진정한 사랑은 사람을 살맛 나게 하고 생명과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사랑은 권태로운 삶에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풍부한 에너지원이며 상처가 아닌 치유를 베푼다.


   사랑은 나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지금 자신의 삶에 대해 좌절하거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을 해보라. 사랑의 열정을 불태우는 것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처방이다. 만약 사랑할 사람이 없다면 억지로라도 애착을 가질 대상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강아지나 고양이, 화초나 심지어 내가 가지고 있는 필기도구에라도 애착을 가져보라. 훨씬 삶의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나는 글쓰기에 애착을 가지려 한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고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주변 지인들에게 알린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관심 있게 봐주고 댓글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준다면 내 삶에 생기가 돌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의 또 다른 힘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가 된다. 우리는 누구도 예외 없이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지만 내가 원하는 것들이 아니면 크게 상처되지는 않는다. 혹여 상처가 된다 해도 그 상처는 금방 잊히거나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 상관있는 것(사람)들로 인한 상처는 견디기 힘든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상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상처보다 확연히 크고 깊다. 더 사랑하기에 더 상처가 되고, 더 기대하기에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더 좋은 책은 더 많은 상처와 더 큰 아픔을 주기도 한다. 나를 직면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사랑은 날것인 자신과 직면하게 되는 가장 에누리 없는 방식


   “인혜에게 가장 큰 스승은 연애였다. 한 번씩 연애를 할 때마다 인혜는 자신의 추악함과 맞닥뜨리는 시간들을 보냈다. 진찬과의 관계를 정리할 때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존성을 보았다. 바위에 매달린 풍란이나 콩나무에 기생하는 실새삼처럼 남자에게 기대어, 더 많은 것을 달라고 남자를 볶으면서 한평생 보낼 자신을 보았다. 진찬 다음에 만난 엔지니어와의 관계에서는 내부에 있는 질투를 보았다. 길을 걷다가 그가 다른 여자를 쳐다보기만 해도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상대가 백화점 점원이거나 50대 중년이거나 상관없었다. 그다음 연애에서는 내부에 있는 의심과 불신을 보았다. 남자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낱낱이 알고자 했고, 그의 행적이 잡히지 않을 때는 온갖 망상을 키웠다. 기어이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의 말을 믿지 못하는 지경까지 갔다. 그다음 연애에서는 자신의 이기심을 보았다. 남자에 대한 배려와 헌신은 그와 함께 있는 동안 만이었다. 돌아서면 곧 그의 존재를 잊었고 남자를 위해 자신의 시간이나 욕망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자신을 보았다.(중략) 사랑은 날것인 자신과 직면하게 되는 가장 에누리 없는 방식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 번씩 자신의 추악함을 겪고 나면 그 증세가 많이 완화된다는 점이었다. 인혜가 더 많은 사랑을 해보고 싶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인지도 몰랐다. 사랑은 분명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자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게 투쟁하는 일이고, 그것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느끼는 일이었다.” 김형경의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랑을 잘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


  우리가 지금 사랑을 잘하지 못하고 상처로 얼룩지게 되는 근본 원인은 바로 어릴 적(3세 이전)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을 받지 못함이다. 그 두려웠던 시절에 대한 회상은 우리의 신경계에 고스란히 저장된다. 그리고 우리의 무의식은 어쩔 수 없는 그런 공포를 다시는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양의 적개심을 가지게 되는 배경도 사랑의 문제로 본다. 유년기 때 아기가 받았어야 할 사랑을 못 받았거나 사랑이 있더라도 왜곡되게 전달되었을 때 아기에게 적개심의 감정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어릴 적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은 아이에게 만족감과 안정감을 주어 추후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자신과 타인, 삶에 대한 신뢰를 쌓게 된다. 그리고 이 신뢰는 성숙한 사랑의 기초가 된다. 하지만 부모도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완벽하게 주기는 불가능하다. 그 부족했던 사랑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온전하게 경험하고 채워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즉, 사랑의 경험을 제대로 하게 되면 어린 시절의 상처가 치유되는 셈이다.     


열 번의 사랑은 열 번의 삶을 선사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망 소식을 뉴스나 전광판을 통해 보고 듣는다. 하지만 그 사망 소식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만약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거나 애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 이유는 어머니나 애인은 나의 유일한 단독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독적인 존재란 교환 불가능한 존재를 말한다. 


  예전보다 더 큰 고통을 갖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삶을 슬프지 않게, 고통스럽지 않게 살아갈 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비법도 간단하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면 된다. 사귀던 여자와 헤어지면 다른 여자를 만나면 되고, 자식이 죽으면 또 낳으면 된다. 즉, 모든 것을 교환 가능한 존재로 여기면 슬프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비극은 여기에 있다. 


   지금의 자신을 들여다보자. 나에게 단독적인 존재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의 단독적인 존재인가? 사랑은 서로가 주인공이 되는, 가장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단독적인 경험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주체가 되어 살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삶을 불편한 마음으로 감시하게 된다. 자신의 삶이 무료하니 연예인의 삶에 몰입하여, 그들이 누구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일상생활을 보내는지 그토록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자신의 억눌린 욕망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엿보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1인 가족이 늘고 소외 현상으로 인하여 ‘외로워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돈이 외로움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유일한 해결책은 자신의 삶에서 사랑을 복원하는 일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열 번의 사랑은 열 번의 삶을 선사한다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 연어가 인간들을 두려워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