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꾸밈말 8
앞을 보고 운전하지만 눈은 더 자주 백미러에 가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백미러를 통해 나를 쳐다보며 씽긋 웃어주던 아이는 없다. 아니, 아이는 있지만 그 반가운 두 눈이 없다. 아이는 창 옆으로 고개를 돌렸고, 나는 아이의 뒤통수만 겨우 볼 수 있다. 그 뒤통수에서도 아이가 나에게 방금 전 뱉어낸 말이 뿜어져 나온다. 참 얼얼하다.
"나는 엄마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아까 말한 게 다야."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뱉어낸 아들의 그 말이 내 뒤통수에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일을 마치고 간식을 챙겨 먹인 뒤 집에서 20분 안팎의 거리를 운전해 가서 90분간의 축구 수업을 지켰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에 겪어야 할 일이라기엔 배신감이 차오른다.
"오늘 연습하는 거 보니까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해주려던 건데 네가 그렇게 말해서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어야겠어?"
야무지게 맞받아치고 나서 정적에 몸을 감췄다. 자동차는 집으로 향하지만 마음만은 제각각으로 흩어 보냈다. 몸을 감추고 마음을 흩으니 남는 것이라곤 발자국뿐.
뚜벅뚜벅
집에 돌아와 아들과 나는 반대편으로 걷는다. 너는 오른쪽 나는 왼쪽. 그렇게 뚜벅뚜벅. 오늘만은 아들의 뚜벅이는 걸음걸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헤아리고 싶지도 않다. 그저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