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VS 유명한 피아니스트, 스승에게 달렸다?

대답해드립니다 3

by 안미정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엄마 실비아입니다.


여러분 주변에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분이 많나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진로를 결정해서 그런지 주변에 피아니스트가 많아요. 너는 뭐 하는 사람이야?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나는 피아니스트야."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자신이 해왔던 일과 지금 하는 일이 확고하고 앞으로 할 일도 확고할 사람들.


그냥 좋아서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지금 하고 있는 일 중 한 부분이 명백히 피아니스트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피아니스트야."라고 소개하기를 망설이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하기에는 너무 거창해서 그냥 피아노 칠 줄 안다고만 해요."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대부분의 경우 어렸을 적부터 교회 반주를 도맡아 해오셨거나 크고 작은 앙상블에서 소중한 파트를 담담하고 계세요. 이런 분들은 왜 자신을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하지 않는 걸까요?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그럼 피아니스트 맞네요!


위의 분들에게 피아니스트가 분명하다고 말씀드리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시며 "아니에요 피아니스트는 무슨. 그냥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제 실력으론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어요." 하며 쑥스러워하세요. 혹시 이분들이 생각하는 피아니스트란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이 아니었을까요? 이 세상 많고 많은 피아니스트들 중에 몇 안 되는 그들.


반대로 저는 제 소개를 해야 하는 경우마다 "나는 피아니스트입니다."라는 것을 꼭 밝힙니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냐고요? 아니요. 카네기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냐고요? 아니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을 했냐고요? 아니요. 저는 현재 미국의 한 대학에서 앙상블 피아니스트로 일하고 있어요. 앞의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피아노 연주를 통해 일정한 금액을 보상받고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이지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도 한국 유명 대학의 피아노 학부를 졸업하고 연주를 통해 소득이 생기고 나서도 스스로를 피아니스트라고 당당하게 소개하지 못했다는 거? 제가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하면 돌아오는 질문은 매번 비슷했어요. "아 그러면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해본 거예요?" "티브이에도 나왔어요?" "미리 사인받아놔야겠다. 언제 유명해질지 모르니까." 이런 반응들 속에서 저는 한없이 작음을 느꼈답니다. 그리곤 "다 안 해봤어요."라고 말하는 부끄러움을 감내하는 대신 "저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정도로 저를 낮추기 시작했죠.


제 생각이 바뀌게 된 건 8년 전 미국 유학을 시작한 뒤예요. 이곳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경험은 모두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 뚜렷이 알고 있다는 거예요. 한 예로, 제가 일했던 음악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대부분 4-7세 아이들이었어요. 매 학기마다 아이들과 연주회를 했는데 진행하다 보면 일관성 있게 반복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바로 아이들 모두 스스로를 피아니스트로 소개한다는 점이었죠.


"Hi, I'm Lora. I'm a pianist. I've played piano since I was five. Today, I'm gonna play......"
"안녕하세요. 전 로라예요. 피아니스트죠.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오늘 저는......"


한치의 흔들림도 망설임도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이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갈채를 보내주는 부모, 지나가다 들른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아 이건 문화적 차이다. 결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깊은 문화적 뿌리의 차이.'라는 걸 깨달았죠.


서양에서 들어온 서양악기인 피아노를 대하는 한국인의 마음에는 아직 미스터리가 남아있는 듯해요. 그 뿌리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것이 아니기에 크고 비싼 악기라는 인식에 기반한 "누구나 될 수 없는 피아니스트"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거죠. 반면,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오르간 시대를 거쳐 피아노 악기의 발명 및 변천을 겪어온 유럽과 미국에서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악기, 가장 접근성이 쉬운 악기'라는 통념과 함께 '너도 나도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긴 서론을 풀어낸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 가가 피아니스트의 길과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길을 결정한다는 저의 생각을 소개하기 위함이죠. 아이가 처음 만나는 선생님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피아노'라는 마인드 셋을 가졌다면 아이는 쉽고 즐겁게 피아노를 대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반대는 어떨까요? 아이의 선생님이 '피아니스트는 아무나 될 수 없고 특별해야만 해'라는 마인드 셋을 가졌다면 어떨까요?


Photo by Jason Rosewell on Unsplash


두 선생님 모두 아이에게 피아노라는 악기를 소개할 순 있지만 접근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전자의 방법은 아이의 흥미를 위주로 자발적인 연주 참여를 목표로 할 것이고, 후자는 콩쿠르 및 경연 대회 입상을 목표가 피아노 연주의 목표가 되겠지요. 콩쿠르에서 입상하는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유명세를 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콩쿠르에 나이 지원 제한이 있으며 입상자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추세랍니다.)


<전자의 경우>
피아노 레슨비 한 달 15만 원 안팎 + 특별활동비 추가

<후자의 경우>
피아노 레슨비 회당 3만~50만 원 + 콩쿠르 참가비 회당 10만 원 + 이동비+ 마스터 클래스 비용 + 음악캠프 비용 + 특별활동비 추가


저의 경우는 전자에서 후자의 경우로 갈아탄 케이스인데요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기에 한 달이라는 시간도 모자를 듯하네요. 국, 영, 수를 다루는 일반 교과과정에서도 위의 두 가지 경향은 예외가 아니겠죠. 오히려 공교육에만 의존하는 전자의 경우가 아닌 사교육에 힘을 쏟는 후자의 경우는 매달 이뤄지는 투자 금액이 천 단위를 넘어서는 것을 보았어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 사실 이 문제는 부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죠. 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다는 선한 의도가 가끔은 "내가 이만큼 투자했는데 왜 너는 이것밖에 못해?"라는 악순환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에요. 가정의 확고한 교육철학과 현실적인 여건 모두를 고려한 올바른 첫 단추가 온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행복한 교육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최상단 사진: Photo by Irina Murz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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