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해드립니다 4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엄마 실비아입니다.
이전 글에서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어떤 마인드셋을 가진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어요. 성공적인 악기 교육을 위해 가장 중요한 외부요인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내부 요인도 살펴봐야겠지요.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기로 한 당신, 이제 피아노 연습이 주로 이뤄지는 공간과 악기를 살펴볼까요?
우선, 피아노라는 악기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웃'이라는 조건을 항상 고려해야 해요. 이때 단독주택, 다세대 주택, 아파트 등 다양한 주거형태가 피아노 선택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답니다. 층간 소음, 이웃 간 소음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피아노의 발명과 진화도 개개인의 편의와 사회적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 오늘날의 피아노는 1700년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hristophori, 1655-1731)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어요. 물론 그 이전에도 건반이 달린 악기들이 여럿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데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어요. 울림통이 작아 전반적으로 작은 소리를 내었고, 줄을 튕겨서 소리 내는 방식이라 연결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없었죠. 무엇보다 셈여림을 조절할 수 없었어요.
여러분, 크고 작은 볼륨의 차이가 없는 밋밋한 피아노 연주는 어땠을까요? 크리스토포리가 발명한 피아노는 셈여림 조절이 가능한 피아노(*피아노 포르테/Pianoforte)였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계몽주의 사상과 더불어 종교적 제약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 의견, 감정을 표현하려는 의지를 키워갔고, 이런 의지를 지닌 중산층 계급이 성장하면서 1800년대 중반까지 빠른 피아노 보급이 이뤄졌어요.
*이탈리아어로 'piano는 작게 forte는 크게'라는 뜻을 가졌어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어쿠스틱 피아노(Acoustic piano)는 크게 두 가지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랜드 피아노(Grand piano)와 업라이트 피아노(Upright piano)가 그것이죠. 이 형태도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고안된 것이랍니다. 그랜드 피아노는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피아노예요. 피아노의 줄이 가로로 길게 뻗어있죠. 그러니 얼마나 많은 공간을 차지하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업라이트 피아노, 즉 현이 세로로 길게 뻗은 형태의 피아노를 고안했고 현재 많은 가정에 보급되어 있죠.
전자 피아노, 즉 디지털 피아노는 1970년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생산되었어요. MIDI 소리를 기반으로 한 이 기술은 디지털 음악산업에 큰 영향을 주죠. 그리고 동시에 산업 발달로 야기된 밀집 주거 형태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 즉 "이웃 간 소음, 층간 소음"을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사람들의 니즈(Needs), 필요에 의해 구현되는 악기의 변화가 놀라워요.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어쿠스틱 피아노와 디지털 피아노는 절대 같은 악기가 아니다'라는 사실이죠.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에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면서도 강력하게 "어쿠스틱 피아노를 사셔야 해요!"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생긴답니다.
디지털 피아노 악기 군 안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생겨나요. 이 형태를 좌지우지하는 한 가지 요인은 바로 "가격" 일 겁니다. 건반의 개수를 줄여서 장착하는 소리의 개수를 줄이거나 가벼운 건반으로 대체하여 무거운 몸통을 떼어낸 형태 등 다양하죠.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악기를 통해서 어쿠스틱 피아노 고유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을까요? 타현악기의 주된 특징인 줄을 쳐서 연주하는 방식이 아닌 건반을 눌러 전자음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같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안타깝지만 디지털 피아노는 어쿠스틱 피아노를 구현할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악기라고 이해하셔야 해요.
저의 경우, 이사를 자주 해야 하는 상황과 잦은 조율이 힘든 상황으로 인해 집에 디지털 피아노를 두었습니다. 악보를 빠르게 연주해내야 하는 응급상황과 밤늦은 시간 혹은 아침 이른 시간에 연습하기 위한 특단이었죠. (대부분의 피아노 연주 연습은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어쿠스틱 피아노로 합니다.)
피아노 학습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시라면 아래의 세 가지를 꼭 고려해보세요.
1. 88개의 건반 모두를 가지고 있다.
2. 무게감 있는 건반 (Weighted key)를 가지고 있다.
3. 페달이 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sylviastudio/27
https://brunch.co.kr/@sylviastudio/26
https://brunch.co.kr/@sylviastudio/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