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해드립니다 10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엄마 실비아입니다.
임신 8주네요. 축하드려요. 2013년 10월.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된 아이.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본 태아는 마치 하리보 곰 젤리처럼 생겼고 작아도 너무 작았어요. 이 작은 생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태아는 언제부터 듣기 시작할까? 피아니스트 직업의 영향인지 위의 두 가지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답니다.
제가 임신했을 당시에는 태아는 18주 이전에는 들을 수 없고, 20주 전후로 소리를 듣기 시작하며, 26주가 돼서야 외부의 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는 것이 정설이었어요. 이에 덧붙여 태아는 저주파 소리 500Hz-200Hz를 잘 듣는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엄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낮은 아빠의 목소리로 말 걸어주기, 저주파 클래식 들려주기 등이 유행하고 있었죠.
저주파 범위의 소리에 대한 태아의 민감성은 언어 습득을 촉진하고 강렬한 저주파 소리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청각 시스템 손상에 대한 민감성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The sensitivity of the fetus to sounds in the low frequency range may promote language acquisition and result in increased susceptibility to auditory system damage arising from exposure to intense low frequency sounds.
Development of fetal hearing by Peter G. Hepper and B. Sara Shahidullah
위와 같은 연구 사례들을 토대로 저주파 범위를 소리를 담은 음반이 불티나게 팔렸고, 일부의 산모들은 스피커를 직접 배에 대고 장시간 저주파 소리를 들려주는 등의 과도한 경향을 보이기도 했죠. 문제는 연구 발표된 결과들이 실제로 잘못된 결과이거나 또는 이 방법들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당시의 많은 육아서와 임신 관련 기사들은 산모가 태아에게 무엇을 더 해주면 좋을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었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경우나 정도를 지나칠 경우 감당해야 하는 위험을 알리는 데는 소홀해 보였어요.
2020년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 태아의 청력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전되었을까요? 우선, 2015년도 Journal of Ultrasound에 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청각-운동 시스템에 참여하는 신경 경로가 임신 16주 차에 개발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산전 청력 검사를 위한 진단 방법과 태아 신경 자극 연구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Our findings suggest that neural pathways participating in the auditory – motor system are developed as early as gestational week 16. These findings might contribute to diagnostic methods for prenatal hearing screening, and research into fetal neurological stimulation.
Fatal facial expression in response to intravaginal music emission by Marisa Lopez-Teijon, Alex Garcia-Faura, and Alberto Prats-Galino
이 연구는 16주의 태아 또한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연구 결과를 통해 태아의 청각은 우리가 짐작해 온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형성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죠. 연구과정 중 양수로 둘러싸인 태아에게 밖에서 만들어진 소리, 즉 자극을 전달하기 위해 특수한 방법(질 안으로 소리를 보냄)을 사용한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요. 그렇다면 위의 연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걸까요? 조금이라도 더 이른 시기에 태아를 저주파 범위의 소리에 노출시키기 위해 지금 당장 음반을 구매해야 할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그 연구들을 측정하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어요. 과학적인 증명을 요구하는 사회에 응답하고자 끊임없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죠.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절한 선에서 삶에 적용하려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모차르트 효과
Mozart Effect
여러분 혹시 내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다면 무조건 모차르트를 들어야 한다는 광고나 신문기사를 본 적 있으신가요? 일명 모차르트 효과로 알려져 있는 이 방법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모차르트 효과는 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착각 중 하나이며 그 이유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어요.
1993년 미국의 유명 학술지 네이처 Nature에 심리학자 프랜시스 롸우저 Frances Rauscher 박사의 짧은 논문이 소개됩니다. 롸우저 박사는 36명의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공감각 측정 실험을 하였고, 각 그룹은 동일한 테스크 task를 치르게 되었어요. 테스크를 앞두고 각각의 그룹은 서로 다른 음악을 10분간 감상했답니다. 첫 번째 그룹은 모차르트 음악(K.448)을, 두 번째 그룹은 명상음악 relaxation track을, 마지막 그룹은 침묵 silence을 유지합니다. 10 분 후 각 그룹에게 동일한 문제가 주어졌고, 모차르트 음악을 들은 첫 번째 그룹의 성과가 월등히 좋았죠.
그런데 실제로 이 논문의 저자인 롸우저 박사 Frances Rauscher는 자신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행한 이 좁은 맥락의 종이접기 실험이 어떻게 어린이와 태아에게까지 보편적으로 확장 적용되어 퍼져나갔는지 의아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추측을 덧붙이죠.
내 생각에 부모는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개선사항을 그들의 자녀에게 간절히 해주려는 것 같다.
I think parents are very desperate to give their own children every single enhancement that they can.
1999년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Christopher Chabris는 메타분석을 통해 모차르트 효과의 실체를 확인해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짓죠.
이 효과는 1.5 포인트 정도의 IQ이다. 이것은 (프랜시스 롸우저 박사가 실행한) 종이접기 테스트라는 설정에 국한된 것이다.
The effect is only one and a half IQ points, and it's only confined to this paper-folding task.
차브리스 박사는 이 효과가 단순한 자연적 변형성에 의해 한 사람이 경험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답니다. 한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으로 확장되어 해석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이죠.
훗날 롸우저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클래식 음악을 들은 어린이들의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요. 그저 미신이죠.
I would simply say that there is no compelling evidence that children who listen to classical music are going to have any improvement in cognitive abilities. It's really a myth, in my humble opinion.
따라서, 수동적인 듣기를 강요하는 모차르트 음악 감상과 감상자의 지능 향상 관계는 의미 있는 사실로 밝혀진 바가 없으며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생각해볼 점]
그렇다면 모차르트도 클래식 음악도 다 소용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행위 passively listening to music를 개선할 수 있다면 클래식 음악을 이용하는 학습방법은 효과적일 수 있어요. 롸우저 박사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행위가 아닌 악기를 직접 다루고 만지며 능동적으로 음악 생산활동에 참여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 25,000을 조사했답니다. 그 결과로 악기를 통해 능동적인 음악 활동을 해온 학생들이 악기를 다루지 않았던 학생들보다 SAT(미국 수학 능력 시험)에서 더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Enjoyment and Engagement, 즐거움과 적극적 참여!
일부 학자들은 음악을 듣고 향상된 학습 성과를 보였던 첫 번째 실험의 결과를 두고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해요. 학습의 성과를 이끌었던 주요 요인은 음악을 듣는 행위가 만들어 낸 각성 arousal에서 기인한다고 말이죠. 한 예로, 출전을 앞둔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선곡한 음악을 듣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봅시다. 그들은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요? 모차르트일까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평정심을 찾는 것이 답!
임신 소식을 접하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하루 종일 낯선 클래식 음악을 억지로 들었다고 고백하는 산모들을 종종 만납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짜증 난다면 그 감정은 고스란히 뱃속의 아이에게 전달되고 말죠. 요동치며 불안을 야기하는 심장박동과 함께 말이에요. 그러므로 좋은 태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산모 자신이 능동적인 음악 감상자가 될 수 있는 음악 장르를 들으며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장르의 음악이 누구에게나 통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어설픈 가설과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부모의 간절함이 만들어 낸 미신이 바로 모차르트 효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마음 편히 음악을 감상할 자유를 누렸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에서 이 글을 씁니다. 누가 들으라고 하니까 억지로 듣는 음악 말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자유를 누리며 태교 하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다만, 너무 큰 볼륨은 산모와 태아에게 모두에게 해롭...
<참고>
최상단 사진: Photo by Lee Campbell on Unsplash
Development of fetal hearing by Peter G. Hepper and B. Sara Shahidullah
Fatal facial expression in response to intravaginal music emission by Marisa Lopez-Teijon, Alex Garcia-Faura, and Alberto Prats-Galino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fact-or-fiction-babies-ex/
https://www.classicfm.com/music-news/the-mozart-effect/
https://greatergood.berkeley.edu/article/item/does_classical_music_make_babies_smarter
https://www.bbc.com/future/article/20130107-can-mozart-boost-brainp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