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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하는 음악육아 (3~6개월): 엄마와의 애착 + 소리 이해하기 + 모방 놀이
100일의 기적을 바라며 버텨온 3개월. 내 아이와 나(양육자)의 관계는 어떤가요? 수정부터 아이의 탄생이 있기까지 산모는 어느 정도 정성스럽게 자신을 보살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출산 이후에는 엄마라는 역할의 무게감에 압도된 채 180도 달라진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했죠.
3개월 정도 쉴 틈 없이 아이를 돌봐온 산모라면 이 시기의 육아를 효과적으로 해내기 위해 무엇보다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챙겨야 해요. 주 양육자의 감정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나아가서 언어발달, 사회성 형성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랍니다. 주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꼭 도움을 받고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시간을 가지시기를 권해요.
내가 아닌 타인, 너무나 연약한 한 인격체를 내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양육자는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게 되고 관계를 맺어가요. 감정코칭 전문가이자 심리학자인 존 가트만 박사에 따르면 애착이 형성된 아이를 키우며 상호작용하는 즐거움은 생후 3개월 즈음부터 관찰되고 이 어린 시기부터 감정코칭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해요. 아이가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사회적 교류를 시작하면서부터 말이죠.
사물이 잘 보이지 않고 흰색과 검은색 정도를 구분하던 아이는 3개월 무렵이 지나며 시각이 급격히 발달되어 양육자를 인지할 수 있게 된답니다. 아이가 관찰과 모방을 통해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시각 발달과 더불어 옹알이를 시작해요. 힘차게 젖을 물고 빨며 입술 근육과 혀 근육을 생겨난 아이는 입술과 혀의 움직임, 그리고 목젖을 울리는 발성을 통해 첫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소리를 의미 있는 단어로 인지하지 못하고 긴 문장을 이해하거나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답니다. 다시 말해, 아이는 아직 소음(환경음)과 의미 있는 소리 덩어리(언어, 음악)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해요.
따라서, 아이가 3~6개월에 이르는 시기에는 양육자가 아이에게 간단한 문장으로 말을 건네고 다양한 표정(비언어적 의사소통)을 곁들이는 것이 좋아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소리의 크기와 높낮이를 구별할 수 있기에 높은 목소리의 엄마, 낮은 목소리의 아빠가 번갈아가며 말을 걸어주는 것도 좋답니다. 마침내 옹알이하는 아기에게는 강세를 넣은 짧은 문장으로 말을 걸어주세요. 아주 재미난 놀이가 된답니다.
소음 noise 과 소리 sound 는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의 뇌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경향은 인간이 소음과 의미 있는 소리를 구분 짓는 한 끗 차이를 만들어 낸답니다. 예를 들어, 무작위로 땅에 떨어지는 빗방울에서는 규칙을 찾기 힘들지만, 처마 밑에 고여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경우 반복적이고 일정한 패턴이 생겨나게 되죠. 후자의 경우 그 반복적인 패턴 repetition 에 의해 빗방울이 떨어지는 현상이 좀 더 음악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온답니다.
TokiMonsta 라는 닉네임의 DJ는 소음과 소리(음악)를 구별해 낼 수 없게 된 기상천외한 경험을 합니다. 그녀는 신경계에 이상이 발생해 뇌 수술을 받았고, 그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음악이 소음으로 들리는 현상을 경험했다고 해요. 음악이 갖는 반복적인 패턴을 인지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소리가 뚜뚜뚜- 이렇게 들렸던 거죠.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해온 그녀가 음악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던 경험은 많은 뇌 과학자들에게 번뜩이는 영감을 주었어요.
인간의 특별한 능력"예측"
위의 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간의 뇌는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요. 고도로 발달된 인간의 뇌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뚜렷하게 구별될 수 있는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중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놀라운 능력이 바로 예측 prediction 하는 능력이랍니다. 예측할 수 있음으로 인해 인간은 직립보행이 가능하고, 언어를 학습할 수 있으며, 음악을 능동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어요.
갓 태어난 아이들의 뇌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아 또한 스스로를 위험에서 보호하고자 오감을 통해 자극들을 수집하고 반응하는 경험을 확장해 나가며 폭발적인 뇌 발달 과정을 겪어요. 말하고, 걷고, 음악을 인지하기 위해서 필수로 갖춰야 하는 이예 측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이 시기 아이들에게 음악육아를 시도하는 가장 큰 목표랍니다. 그럼 이제 영아에게 의미 있는 소리 덩어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음악육아 방법을 본격적으로 알아볼게요.
준비되셨나요?
3~6개월의 귀 발달
단순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아기는 태어난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청각이 발달합니다. 소리는 상호작용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눈으로 보지 못해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기에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며 편안함을 주는 말 걸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0-5 말 걸기 육아의 힘> 김수연 저. 위즈덤하우스.
일상의 소리를 오감을 통해(3~4개월),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5~6개월) 체험
이 시기의 아이들은 능동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참여하려 해요. 이 시기의 양육자들 또한 아이와 효과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들을 공통적으로 사용하게 된답니다. 비언어적 대화와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한 짧은 대화가 그것이죠. 예측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차례를 번갈아 관찰/모방하는 대화들 속에서 모방 놀이의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모방 놀이 imitation play
1. 비언어적 의사소통
ㄱ. 눈썹 올리고 내리기
이게 무슨 느낌이죠?
눈썹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비언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랍니다. 놀란 표정, 시무룩한 표정, 기쁜 표정, 슬픈 표정에 따라 눈썹이 오르락내리락해요. 양육자가 눈썹을 올리고 내리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아이의 차례를 기다려요. 아이가 관찰 모방을 통해 눈썹을 움직이면 다시 양육자가 차례를 받아 이어갑니다. 눈을 마주하고 눈썹을 오르내리는 간단한 활동을 통해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감정을 나누어요.
눈썹의 움직임만으로도 얼굴 표정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여겨져요.
It can be seen that the movement of the eyebrows alone may be enough to greatly alter the emotional expression of a face.
<The role of eyebrows in face recognition> by Javid Sadr, Izzat Jarudi, Pawan Sinha, Department of Brain and Cognitive Sciences, MIT, 2003
ㄴ. 소리 주고받기
내 말이 들려요?
아이가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한다면 아이의 소리에 뒤이어 비슷한 소리를 따라 해 주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아-' 하는 짧은소리를 만들어 낼 경우, '아-'하고 아이가 만들어낸 소리를 따라 하는 거죠. 이 간단한 모방 게임을 통해서도 아이는 누군가 자신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해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요. 감정 소통을 위한 첫걸음이 되는 거죠. 이 소리 주고받기를 통해서 서로가 긴밀히 연결돼있다는 믿음, 즉 '애착'을 형성해 나갈 수 있어요.
2. 언어적/ 음악적 의사소통
ㄱ. 리듬감 있게 말하기
나와 놀아주세요
3~6개월의 아이는 점점 목도 가누고 배밀이를 하게 되면서 마음껏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손이 자유로워져요. 리듬에 맞춰 말을 해주는 모방 게임은 감정적으로 양육자와 연결되고자 노력하는 아이에게 반응해 줄 수 있는 재미난 방법이에요. 한 예로, 아이가 머리를 세 번 위아래로 끄덕이는 경우 아아아/ 오오오/ 우우우 혹은 자주 사용하는 소리를 내며 반응해 주세요. 아이가 충분히 관심을 끌만한 방법으로 말이죠. 이 경우 아이는 자신에게 반응해 주는 양육자의 관심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양육자와의 관계를 신뢰하게 된답니다.
기분이 좋아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 울음 이외의 발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돼요. 특히, 기분이 좋을 때 까르르 웃으면서 새로운 방식의 발성을 경험하게 된답니다. 웃음을 짓거나 옹알이를 하는 방식으로 기분이 좋음을 표현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기질 차이에 따라 옹알이를 하지 않거나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가 옹알이로 대화를 시도할 때 입술이 부딪혀서 나는 소리(양순음)를 이용해서 마마마-/ 바바바-/ 빠빠빠-/ 파파파- 리듬 감 있게 아이의 옹알이에 반응해 주세요. 이때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시선을 교환하며 '내가 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하는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기분이 나빠요
커다란 울음소리와 동시에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렸던 아이들은 불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거나 온몸으로 거부하는 반응을 보여요. 작은 체구에서 터져 나오는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을 때면 내 아이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한 것인지 재빠르게 파악하고 대응에 나서야 하죠. 이 시기 아이의 울음은 도움을 청하는 의사소통의 중요한 방식이기 때문에 양육자가 적절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애착 형성과 언어 표현 의지를 단단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답니다.
때때로 아이들은 울음과 동반되는 움직임으로도 자신의 감정이나 불편함을 전달하려고 해요. 목을 가누기 시작한 이 시기의 아이들은 목을 뒤로 젖히거나 때때로 등까지도 뒤로 젖힌답니다. 빠른 성장으로 몸무게가 늘어나고 머리도 제법 무거워진 아이들이 온몸으로 거부하기 시작하면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버겁게 느껴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심하게 거부 반응을 보일 때 그 울음의 의미와 행동의 의도를 읽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꼭 필요하답니다.
기분이 나빠진 아이에게 긴 호흡의 문장으로 훈계를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대신, 오감으로 느끼고 소통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의 특성을 이용해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우선 양육자의 감정을 추스르고 따뜻한 말투와 손길로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먹고, 자고, 싸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 세상을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답니다. 아이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서 심심함을 표현하는 것일 수 있어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바깥 구경을 하거나 실제로 아이와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한다면 아이의 심심함을 달래줄 수 있어요.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는 바로 가장 친근한 양육자의 목소리랍니다. 감정을 추스르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기 힘들다면 평소 아이에게 즐겨 불러주던 노래를 최대한 따뜻한 말투로 불러주는 것을 추천해요. 포근히 감싸 앉고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한 방법이랍니다.
처음 마주하는 새 생명의 경이로움과 아우라에 휘말려 밑이 아픈 건지 허리가 아픈 건지 손목이 아픈 건지 구분하지 못하고 몸을 써온 산모라면 차차 몸의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시기가 바로 100일쯤이에요. 제 아이는 예정일보다 3주나 일찍 나오는 바람에 초짜 엄마와 아빠의 날것육아를 제대로 경험해야 했지요. 배꼽에 달려있는 탯줄이 물에 닿을까 봐 안절부절 목욕을 시키고 젖이 잘 돌지 않는다며 미역국(=신랑이 끓여준 미역 물)에 하루 다섯 번 챙겨 먹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어리숙하고 안타까웠던 나날들. 그 가운데 저에게 희망이 되어 준 것은 이웃사촌분들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었답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양육자가 먼저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좋은 육아 방법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 100일의 기적은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최상단 사진: Photo by Picseaon Unsplash
0-5 말 걸기 육아의 힘. 김수연 저.
Ch.2 생후 3개월~5개월
https://brunch.co.kr/@cheng-mi/76
https://brunch.co.kr/@cheng-mi/78
The Role of Eyebrows in Face Recognition by Javid Sadr, Izzat Jarudi, Pawan Sinha, Department of Brain and Cognitive Sciences, MIT, 2003
Raising an Emotionally Intellligent Child by John Gottman, Ph.D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sylviastudio/32
https://brunch.co.kr/@sylviastudio/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