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해드립니다 6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엄마 실비아입니다.
여러분 '내 아이가 이것만큼은 즐길 줄 알았으면'하고 생각해 본 것 있으신가요? 한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피아노를 전공한 한 명으로서 저는 제 아이가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고 있어요.
오늘 이 글을 통해서 음악이 저에게 베푼 세 가지 큰 영향을 소개하고 '집에서 하는 음악육아'가 중요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저는 꾸준한 사람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 들어보셨나요?
1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하루 3시간, 즉 총 1만 시간에 이르는 꾸준한 연습을 하면 최고가 된다는 법칙입니다. 맬컴 글래드웰 Malcolm Gladwell(1963-현재)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이 법칙을 처음 발표했고 악기를 다루는 음악가를 그 예로 다루었어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피겨스케이트 분야의 김연아 선수를 통해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practice makes perfect'의 완벽한 예를 볼 수 있죠.
오늘날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 1만 시간의 법칙이 개인차로 인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논문들을 내놓고 있지만 저의 경우는 이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피아노 전공을 목표로 악기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만 7세부터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 만 17세까지의 10년 동안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었어요. 하루 3시간에서 10시간에 이르는 연습 시간은 콩쿠르 입상 및 협연의 기회로 이루어졌고 유명 대학 입학을 위한 탄탄한 기본기를 갖게 해 주었죠,
꾸준함은 저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난 저는 연습의 필요함을 일찍이 깨닫고 혼자 남겨져야 했던 시간을 연습으로 채워나갔어요. 매일 눈을 떠서 오늘은 어떤 의미 있는 발견을 하게 될지 너무나 설레었답니다. 이 긍정적인 연습 습관이 오늘의 저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2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이 몰두의 경험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어린 시절 매일 피아노 의자 위에 앉았던 꾸준한 연습에서 시작했다는 사실, 나누고 싶어요.
두 번째, 저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음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여러 가지 관문이 있어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 콩쿠르에 입상하는 것까지 다양한 선의의 경쟁을 하며 나의 전문성을 드높이는 과정을 지나게 된답니다.
저는 승승장구하지 않았어요. 연이어진 성공보다는 연이어진 실패를 통해 한 번의 성공을 거두어내는 패턴을 반복하며 오늘날의 제가 되었답니다.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 problem solving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예로, 피아노 연주 연습 중 어려운 패시지를 발견할 경우 잠시 멈추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습할지 생각의 시간을 가진 후 다양한 방법의 반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error-pause and think-retry.
매일 마주하는 연습 시간 동안 적게는 열댓 번 많게는 몇백 번에 이르는 문제 해결을 통해 초반에 빠르게 오류를 감지하는 능력도 키워졌어요. 잘못된 음을 연주한 경우, 이 실수를 고치기 위해 적어도 일곱 번 이상 옳은 음을 연이어 연주해내는 반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꾸준한 연습을 통해 알아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무엇이든 초반에 나쁜 습관을 잡아내고 고쳐야 먼 길을 돌아가는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패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거죠.
그리고 실패를 통해 좌절하기보다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되었어요. 피아노 연습이라는 제한된 상황 설정 안에서 마주한 작은 실패들과 이를 극복하는 경험은 제가 세상으로 나아가 큰 실패를 마주했을 때 용기를 내어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답니다. 저의 용기 또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한 악기 연습에서 그 출발점을 찾아볼 수 있어요.
세 번째, 저는 조화로운 사람입니다.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아름다운 음악을 추구하는 것은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것과 같아요. 하나의 선율이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선율들과 함께 균형을 이루고 협조하여 조화로움의 상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악기 연습의 과정이고 연주라는 최종 목표에 이르도록 하죠.
음악에서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잘 듣기입니다. 꾸준한 연습을 하기 위해서도 또 실패를 딛고 용기 있게 재도전을 하기 위해서도 이 듣기의 과정이 중요해요. 어떻게 잘 듣느냐에 따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지고, 나만의 표현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잘 듣는다는 것은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흘려듣거나 띄엄띄엄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본질을 깨달아 알고 의미 있는 연속성을 지닌 결과물로써 듣기를 대하는 것이죠. 언어 습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이 듣기의 과정은 음악교육의 과정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된답니다. 음악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모든 음악교육에 있어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 잘 듣게 된 것이 아니라 잘 듣게 되었더니 조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어진 것이죠.
위의 큰 세 가지 영향으로 인해 저는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걸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겨났습니다.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저는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출발점은 내가 나로 태어날 수 있었던 집이었습니다.
집에서 하는 음악 육아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꾸준함,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 조화를 추구하는 실천력,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이에게 이 세 가지를 길러주는 시작점은 아이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편안할 수 있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에서 학습의 효과는 배가 되고 꾸준하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전 글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악기 교육을 위해서는 악기를 접하기 이전에 음악에 눈을 뜨는 음악교육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하시나요? 모든 과정의 근본인 잘 듣기를 위해 꾸준하게 실패를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는 공간에서 배움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바로 집에서 하는 음악육아를 통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집에서 하는 음악육아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0~6개월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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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단 사진: Photo by Kelli Tungay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