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무조건 이것 때문이야

코로나 시대, 뜻하지 않았던 주입식 교육

by 안미정
코로나가 터진 직후, 사회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이었기에 도대체 왜를 외쳐대는 아이들에게는 이유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싹트지 않도록 배려하는 적절함이 필요했다.


우리 가족이 머무는 도시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도시의 적막함을 뚫고 아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PBS Kids, Khan Academy, Epic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학습매체들이 그 주가 되었다. 그들의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1. 우리는 서로를 보살펴요.
2. 슬픔을 느끼는 것은 괜찮아요. 조금씩 기분이 다시 좋아질 거예요.
3. 어른들이 놀아주기에 너무 바쁘다면, 주위를 둘러보고 할 것을 찾아요.
4. 어떤 것은 변할지도 몰라요. 그건 괜찮아요. 오늘 우리는 그것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해볼 수 있어요.
5. 우리가 뭘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함께 있고 싶어요.

- 카일라 크렉 (PBS 키즈로부터)

1. We take care of each other.
2. It's Okay to feel sad sometimes... little by little you'll feel better again.
3. When grown-ups are too busy to play with you, look around to find something to do.
4. Things may change and that's ok. Today we can do things a different way.
5. It doesn't matter what we do, I just like to be with you.

- Kayla Craig (from PBS kids)


혼란스러웠을 아이의 마음을 달래고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에 목표를 두었던 초반에는 위의 방법이 꽤 효과적이었다. 문제는 이 코로나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봄방학을 앞두고 문을 닫았던 아이의 학교는 봄방학이 끝나고 나서도 열릴 줄을 몰랐다. 그리고 벌써 7개월이 흘렀다.


"엄마, 나가고 싶어."

"엄마, ㅇㅇ이랑 놀고 싶어."

"엄마, 박물관에 가고 싶어."


아이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그것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코로나로 좁혀지면서 매번 장황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번거로워졌다. 아이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이해시켜주는 것이 옳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친 나는 곧잘 짧게 변명해버리곤 하였다.


"코로나 때문에 안돼."


교육자로써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서는 이해를 기반으로 한 느린 배움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목청껏 외치고 있는 나에게는 굉장히 모순스런 상황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고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아이에게 코로나가 모든 것의 이유라고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데 아이가 다가온다.


"엄마 나 좀 봐."

"응?"

(화들짝)


IMG_5185.JPG 중무장을 하고 나타난 아이


"나 학교에 가고 싶어."

"그렇지만..."

"응. 코로나 때문에?"

"응..."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었으면 좋겠어."


아이는 얼마나 밖으로 나가고 싶을까? 그리고 얼마나 마음껏 뛰놀고 싶을까? 멀지 않은 어느 날,


"우리 그 지난날 복작복작 참 재밌었다 그렇지?"
"응. 코로나 때문에."


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참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99 받고 4.99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