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한국과 미국에서 음악교육과 악기교육을 진행해오며 정말 많은 양육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엄마표 음악육아에 관심을 가져주신 많은 분들은 기쁨과 기대에 가득 찬 분부터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분들까지 정말 다양했어요. 음악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음악의 어떤 면이 극과 극의 반응을 이끌어냈을까 생각해봤어요.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있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음악적 능력을 타고난다.
음악에 대한 저의 믿음이에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우리는 자동차 안에서 출퇴근 버스에서 길거리에서 마트에서 우리의 귀에 울려 퍼지는 소리들을 마주하게 되죠. 이 소리들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이 소리를 음악으로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요. 세심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주변음 정도로 듣는 사람. 이 모든 과정은 신체적 결함 또는 신경계 손실이 없는 한 “듣다”라는 행위에 의해 일어나게 되죠.
다시 말하면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소리를 음악과 구분 지을 수 있는 한 끗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이 중요한 청각기관은 굉장히 어린 시절에 그 발달이 완성되어요. 그렇기에 갓 태어난 신생아의 신체기관 중 가장 월등히 발달된 감각기관이 청각기관이랍니다. 신생아들이 주변을 파악하는 주된 감각이 듣기를 통해서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아직 시력이 좋지 않은 아이는 크고 작은 소리들을 감지해 세상과 주변을 알아가요. 다정하게 말을 거는 목소리를 듣고 내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도 하게 되고요. 그래서 뱃속에서부터 익숙하게 들어온 엄마 목소리는 아이에게 세상 가장 편안한 소리로 다가오지요. 이 청각능력은 우리의 생존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고 그 쓸모를 미리미리 파악해두어야 그 능력을 충분히 발달시킬 수 있어요.
저는 박치인데요?
상담을 하다 보면 양육자분들이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고 전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더 나아가 본인은 박치에 음치여서 아이는 그렇게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죠. 하지만 이것 아시나요?
뇌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박치나 음치로 태어나는 경우, 즉 신체적 결함이나 신경계 손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는 전체 인류의 0.1% 안팎이라고 해요. 더 나아가 뇌 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박자를 듣고 그 간격을 예측해서 다음 박자를 연주해 내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말해요. 앵무새, 침팬지, 돌고래 등 일부의 경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한 광경이 포착된 적이 있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이고, 인간처럼 스스로 박자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박치나 음치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나야? 한답니다.
박자를 감지하고 예측하고 나아가서 그것을 제 박자에 소리 내는 능력. 이 능력은 인간의 생존 능력과 깊은 연관이 있어요. 한 예로 인간의 걷기도 이 박자 감각과 관련이 있어요. 한 발을 앞으로 내딛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신체 기관의 발달뿐만 아니라 적절한 템포를 예측하고 명령하여 실행해낼 수 있는 뇌 발달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스텝이 꼬인다거나 균형을 잃게 되죠. 지금 만약 듣고 있는 음악에 맞춰 머리를 끄덕이거나 손뼉을 칠 수 있다면 당신은 박치가 아닙니다.
아, 그럼 전 음치인가 봐요?
음치도 역시 타고나야 합니다. 제가 자주 쓰는 비유 중에 아이유의 3단 고음이 있어요. 좋은 날의 노래를 들어보면 절정 부분에 아이유가 아주 높은음을 열정적으로 불러내죠. 세 번의 고음이 점점 올라가기에 사람들은 그 부분을 들을 때마다 환호하게 되고 우와 하는 감탄을 마지않아요. 이런 경험해보셨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음치가 아닙니다. 음치 tone-deaf의 경우 소리를 음정으로 듣지 못하고 앵앵 거리는 의미 없는 소리로 알아듣기 때문이에요.
나는 음치인가 봐 혹은 나는 박치인가 봐 하는 오해들은 음악적인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 생겨나요. 타고나기는 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태어났는데 후천적인 학습이 따라주지 못해서 그 능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을 확률이 크고, 특히 음치의 경우 음의 높낮이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능력과 그것을 불러내는 능력을 동일시하여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사실 대부분의 양육자분들은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려요. 음악교육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속 편하다는 거죠. 여러분 여기서 음악교육과 악기 교육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셔야 해요.
음악교육은 전반적인 음악적 개념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단계이고 악기 교육은 음악교육 안에 포함된, 즉 악기 연주 기술에 집중하는 전문화된 교육을 말해요. 음악교육의 바탕이 없이 악기 연주 학습을 시작하는 것은 마치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똑 떨어진 느낌과 같답니다. 그래서 악기 교육 이전에 음악교육을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인 악기 교육의 비법이에요.
그럼 음악교육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집에서 하는 음악육아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가 처음 단어를 내뱉은 순간 기억나시나요? 저의 경우는 "엄마"였어요. 아이가 저와 엄마라는 단어를 매칭하고 발성을 통해 단어를 내뱉기까지 어떤 노력들이 뒤에 있었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아이의 첫 단어 내뱉음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는 성과가 아니랍니다. "엄마"라는 단어를 듣고 또 듣고 옹알이를 통해 발성연습을 하고 이런저런 시도 끝에 내뱉게 된 거죠.
음악교육도 비슷한 맥락을 따릅니다. 내 삶 속에서 은근히 베인 듣기 학습을 통해 음악적인 개념을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고 때가 되면 뱉어낼 수 있게 되죠. 이런 점에서 저는 음악교육이 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되도록 아주 이른 시기에 말이죠.
소리를 음악으로 인지하는 단계는 소리를 언어로 인지하는 단계와 아주 많이 닮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에서도 모국어 학습 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듣기를 통해 배우는 과정 말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음악적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을 기르셔야 합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언어를 통해 음악적 현상을 포착하고 아이 생각의 물고를 터준다면 아주 효과적으로 음악 육아를 시작하실 수 있어요.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과 음악적 사유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음악육아는 하루 10분에서 15분 정도의 음악적 사유를 이끌어 내는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음악적 개념들을 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선택적 듣기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듣는 소리들을 음악적으로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즉 음악이 일상의 언어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죠.
거창하게 들리지만 알면 알수록 쉽고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아니 어쩌면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음악육아의 방법들을 차근히 소개해 볼게요. 우선 집에서 하는 음악육아 팁들을 공개합니다.
<집에서 하는 음악육아 Tips>
1. 내 아이의 감정을 읽어라.
2. 패턴인지를 생활화하라.
3. 정답이 아니어도 돼.
4. 칭찬의 달인이 돼라.
이어지는 포스팅에서는 집에서 하는 음악육아 팁에 관하여 좀 더 자세히 풀어볼게요. 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온 세상의 양육자분들을 응원합니다.
<참고>
본 포스팅은 2020년 10월 6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줌 화상회의를 통해 60여 분을 대상으로 제가 직접 발표한 [Tips for Musical Parenting] 강의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