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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정 Jul 26. 2021

제 아이는 박치인가 봐요?

<그로잉맘 함께육아 5>

 교실 문을 열자마자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며 책가방을 훌러덩 벗어던지던 아이들. 짓누르던 삶의 무게를 내려놓은 듯 깃털처럼 가볍게 뛰어올라 찬찬히 교실을 살피던 아이들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때때로 눈썰미 좋은 아이들은 “선생님, 지난주에 없었던 새로운 스티커가 생겼네요?”라며 묘한 미소를 뗬었고, 특급 비밀을 품은 아이는 “선생님, 그거 알아요?”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곧 고백을 시작했었죠. 

 

 아이들의 이야기에서는 현실과 이상이 하나 되고, 그래서 조금 과장되고, 이어서 아이들의 눈이 커지고, 멋쩍은 웃음이 곁들여졌죠. 저에게는 그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마치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또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했어요. 눈빛과 눈빛, 마음과 마음이 만나 쿵짝이 잘 맞는 날에는 계획했던 진도보다 더 배우는 날도 있었고, 그러다 아이가 세운 연주 목표를 달성한 순간에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손이 얼얼해질 정도로 세게 하이파이브도 했어요. 아프면서도 웃음이 났던 그 순간,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씁쓸함도 때때로 찾아왔었어요. “우리 애는 박치인가 봐요. 음악을 좋아는 하는데 재능은 없어 보여요. 적당히 악보만 볼 줄 알면 좋겠는데.”라는 부탁을 받을 때면 고개를 떨군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제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그러곤 용감하게 도전을 받아들였던 그 아이가 이뤄낸 성과와 격한 손바닥 하이파이브의 의미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했답니다. 

 

 우선, 저는 수십 년간 아이들을 지도해 오면서 단 한 번도 박치로 태어난 아이를 만난 적이 없어요. 사람에 따라 박자 감각이 무딜 수는 있지만 (Poor sense of rhythm and beat in music) *박자를 감지하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없는 경우(Congenital amusia)는 말 그대로 타고나야 해요. 전자의 경우 박자와 리듬을 민첩하게 알아차리고, 몸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시기적절한 후천적 학습을 통해 도와줄 수 있답니다. 

  

 후천적 학습을 통해 잠재된 아이의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능력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해요.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는 이 믿음은 학습자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답니다. 지나가는 말, 혹은 장난으로 하는 말일지라도 자라고 있는 아이의 재능을 쉽게 단정 짓지 말아 주세요. 반대로 아이가 혼자서 잘 해낼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위험합니다. 다만 아이가 학습의 과정을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준함도 키워가야 할 능력임을 인지하시고, 직접 모범을 보여주세요. 한두 번 해보다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해주세요.

 

*Phillips-Silver et a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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