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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정 Jun 15. 2021

엄마 말도 안 듣는데 음악교육이라니요!

<그로잉맘 함께육아 3>

모든 아이들은 신체적 손상이 없는 한 발달된 청각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며 매 순간 활용하고 있어요. 한 예로 제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오감 예민 녹색 블록 만렙인 여덟 살 아들은 제가 보고, 냄새 맡고, 먹고, 만지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특히 “듣기”에 민감하지요. 어느 날 아침, 제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방문을 박차고 나온 아들이 물었어요.


“엄마, 어젯밤에 부엌에서 뭐했어?”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어제 내가 자는데 엄마 아빠 방문이 열리고, 부엌으로 걸어가는 소리가 나더니 냉동실 문 여는 소리가 들렸거든.” 


 저는 어리둥절한 채로 어젯밤 무슨 일을 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어젯밤 이가 시려서 냉동실에 얼려둔 얼음주머니를 가지러 갔다 왔더군요. 아이는 밤사이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철컥하고 냉장고 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몇 가지 단서들을 바탕으로 얼추 사실에 가까운 추측을 해낸 겁니다! 

 

 추측, 예측, 상상까지 가능하도록 이끄는 행위, “듣다”는 알고 보면 사실 굉장히 복잡한 단계를 거쳐요. 우리는 귀에 전달되는 수많은 소리들 중에서 내가 귀 기울이고 싶은 소리, 혹은 나에게 익숙한 소리를 의도적으로 선택해서 들어요. 어린이 열 명이 합동으로 노래하는 학예회에서 내 아이의 목소리를 귀신같이 찾아낼 수 있지 않나요? 이 사실은 항상 저를 놀라게 해요. 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때론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답니다.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들리지 않는 상황은 엄마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려고 할 때 주로 생겨요. 즉, 같은 상황에서 아이는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기로 결심을 한 것이죠. 아마도 더욱 흥미 있고 재미있는 쪽으로. 이럴 때 어떻게 반응해야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의 경우 제 아이에게서 답을 찾았어요. 어느 날, 아이가 저를 불렀어요.


“엄마, 놀자.”

“엄마, 놀~자~.”

“엄. 마. 놀. 자. 니. 까!”


 당시 저는 급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컴퓨터에 매달려 있었어요. 그러다 아이가 같은 말을 반복할 때마다 길게 늘어뜨리기도 하고, 짧고 강렬하게 끊어 말하며 독특한 변화를 주기 시작하자 깜짝 놀라 아이를 쳐다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물었죠. 

“아들, 왜 그렇게 엄마를 불렀어?”

“재미있으라고.”


 아이는 같은 말을 똑같이 반복하면 재미없고, 따분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겁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저는 아들을 부를 때, 특히 아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할 때 이와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어요. 여러 번 아이를 부르되 매 반복이 새롭도록 말 리듬도 붙여보고, 목소리 높낮이에 변화를 주었어요.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말투, 똑같이 찌푸린 얼굴은 재미없을 테니까요. 

 

 몇 번을 불러도 아이가 대답이 없을 때 아이를 몇 번 불렀는지 보다 어떠한 변화를 주며 아이를 불렀는지 떠올려보세요. 점점 화내는 목소리로 변하지는 않았는지. 너무 다급한 나머지 아이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심어주지는 않았는지. 이런 요소는 아이들의 흥미를 이끄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답니다. 

 

 아이들은 음악적 재능의 중요한 부분인 듣기 능력을 타고나요. 또 자라나면서 반복을 알아차리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능력도 쌓여간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양육자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음악교육의 적기가 될 수 있어요. 아이와 마주 앉아 매번 다른 눈빛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며, 아이의 속도에 맞춰 의견을 조율하고 반응해 주세요. 이 모든 활동은 일상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아나가는 아름다운 음악적 경험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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