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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정 Aug 31. 2021

아이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요?

<그로잉맘 함께육아 7>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터넷이 연결된 스마트 기기 하나로 세상의 모든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어요. 듣고 싶은 음악을 검색창에 입력하고, 엔터키 Enter key를 누르면 단 몇 초 안에 수많은 음원들이 검색되지요. 그러면서 이전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새로운 고민과 마주하게 돼요.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빈도로 무엇을 들을지를 고민하게 된 것이죠. 특히나 스펀지처럼 모든 자극을 여과 없이 흡수하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유난히 예민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어요. 뇌인지 과학의 발달을 통해 미지에 가려졌던 음악의 영향력이 눈에 보이는 연구 결과로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이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어요.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은 특정 음악이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었어요. 심지어 그들은 조화로움의 정수인 음악에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특정 음악 장르는 마음의 평화를 깨트리는 것으로 간주되어 작곡이 금지되기도 했어요. 비슷한 아이디어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죠. “모차르트 효과” 들어 보셨나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똑똑해진다’는 가설을 내세운 이 효과는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 팀에서도 아이러니하게 여기는 큰 파장을 일으키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어요. 사람들은 태교를 위해서 혹은 시험을 치르기 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챙겨 들었고, 또 그의 연주곡이 담긴 음반을 구매했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은 부모의 욕망과 이왕이면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가 이 현상을 더욱 부추겼어요.

 

 그렇다면 모차르트의 음악만이 진짜로 좋은 음악일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 듣고 또 듣고 싶은 음악, 그래서 내가 행복해지는 음악. 바로 그 음악이 나에게 좋은 음악이에요. 남이 좋다고 하는 음악이 나에게도 좋은 음악이 될 확률은 극히 낮답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는 이런 시구가 나와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일생을 살아온 개인들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서로 다른 반응을 보여요. 어떤 이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이는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다양한 반응은 ‘단 하나의 좋은 음악’이 성립할 수 없음을 증명해요. 개인마다 끌리게 되는 음악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 다름은 건강한 것(나다운 것) 임을 시사하면서 말이에요.

 

 따라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음악 장르 간의 차이를 인지하고 다름을 들어보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 추천해요.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은 집에 머물 때 혹은 차로 이동할 때 다양한 장르의 음악 라디오를 돌아가며 들어보는 것이에요. 그러다가 아이가 듣고 싶어 하는 음악 장르가 분명해지고 듣기 싫어하는 음악 장르가 생겨난다면 ‘이 아이가 음악 스타일을 듣고 구분해 낼 수 있게 되었구나’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우선, 폭넓은 음악 감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스스로 좋고 싫음을 분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것이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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