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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Jan 03. 2021

93일 차

강약 중간 약

 영문 캘리그래피 연습에 한참인 새해.

처음 영문 필기체를 독학하던 기억이 난다. 이리저리 자료를 검색해서 혼자 연습하기 좋다는 필기체 교본을 찾아 사서 틈틈이 열심히 따라 썼다. 하지만 피아노 배울 때도 기본기를 다지는 하논보다는 듣기 좋은 곡들이 가득한 명곡집을 사랑하던 나는 역시나 필기체 연습할 때도 기본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자꾸 다른 것부터 쓰기 시작했다. 하하하. 하지만 나는 내 방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국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이유는 실용적으로 써먹으려는 것이니까 ^^


 내가 많이 써보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이 sns에 올린 글들을 보고 가장 활용할 일이 많은 단어들을 찾아봤다. 그것은 hello, thank you, happy birthday였다. 초반에는 그 문구만 열심히 연습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도구들을 써보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펜도 찾았다. 그렇게 연습하고 자주 활용하니 점점 보기 괜찮은 모양이 나왔다. 그 후로는 i love you, merry christmas도 연습하고 더 다양한 문구들을 써보며 기본기 다지기는 서서히 잊어갔다.


 그런데 작년 말에 디지털 캘리 온라인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잊고 미루었던 기본기 연습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소문자 연습은 다년간 다져놓은 야매 기본기로 별다른 연습 없이도 그럭저럭 쓸 수 있었는데 대문자는 사정이 좀 달랐다. 그런데 신기한 건 선생님 수업을 듣고 나서 한 획 한 획 신경 써서 연습을 하다 보니 은근히 리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획이 가늘고 굵어지는 과정에서 손에 들어가는 힘이 줄었다 강해졌다 반복하다 보니 뭔가 짜릿한 기분이 느껴졌다. 어깨춤이 자동으로 나오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것에 희열이 느껴졌다. 그와 더불에 멋진 글자가 나온 것은 덤이고.


 세상을 대하는 마음 가짐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소심하기만 하거나 강하기만 한 것보다 유연하게 상황에 맞추어 완급 조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변덕스러움이 아닌 자연스러운 힘의 분배. 모든 것에 전투적으로 임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일 없이 많은 것을 경험하는 2021년이 되길 희망한다. 2020 원더 키디의 해도 지났으니 이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때. 내가 좋아하는 2가 잔뜩 들어간 2022년에는 더 자랑스러운 내가 되도록 올해에 많은 덕을 쌓아야지!(김미경 님의 강의 중에 나의 노력이 덕이 되어야 운이 따른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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