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드라마 본방을 보고 나서 생각지 않게 보게 된 <고등 래퍼 4>
지난 시즌 우승자가 여성인 것을 감안하면
본방송에는 여성 출연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참가자 40명+사회자 1명+심사위원 9명=남자 50명)
그리고
같은 방송사의 형님 프로 격인 <쇼 미 더 머니>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신선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 늘 느껴온 아쉬움 중 하나는
'실수가 곧 실력'이라는 논리로
한 번의 실수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러한 심사가 당연하다는 경향이 점점 짙어진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의 부담감이 크다는 것을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심사기준이 참가자들의 절박함과 열정을 때론 이용하고 쉽게 버리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번 <고등 래퍼 4>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참가자의 실수를 트집 잡고 걸고넘어지고 때론 공격의 필살기로 활용하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게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가 가득하다
힙합 오디션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분위기
이 장르에 대한 따스함을 처음 느껴본 것 같다
심사위원들도 참가자들에게
이유 없는 독설보다는 같은 말이라도 따뜻하고 부드럽게 한다
(염따 씨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
그것은 아마도 참가자들이 학생(미성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학생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런 점을 악용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경험이 적고 여러 면에서 약자인 학생을 지켜주는 가치관은 찬성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른들이
학생에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미덕을 기대하고 강요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이런 기회로 성공의 시너지 효과를 모두가 알게 된다면 좋겠지♡)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에서 원하는 참가자가 되는 것은 참 어려워 보인다
실력과 외모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우승을 향한 열정도 있어야 하고
하지만 너무 욕심을 티 내서는 안 되며
참가자가 사연 없이 구김살 없이 살아왔어도 부적합하다니
이런 상황을 보며
연예계(예술계)는 자신의 실력과 노력이 인기와 정비례하지 않는
정말 까다롭고 쉽지 않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가능성을 기대하고 실수해도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프로그램의 큰 방향성이
요즘 연예계의 학교 폭력으로 피로해진 우리들에게 작은 위로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고등 래퍼의 장점이자 특징인 욕설 없는(적은) 랩이 참 듣기 좋다
(이것도 학생에 대한 편견을 강요하는 것일까?)
좋은 랩도 욕설이나 영어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등 래퍼들 정말 멋지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래퍼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