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글씨가 더 중요하다
보험 광고를 보고 있으면 천천히 설명하거나 큰 글씨로 쓴 부분들이 귀와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화려하고 솔깃한 광고보다 연예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오는 굉장히 빠른 속도의 구두 안내 혹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세부 약관일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광고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내 의도가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는 우리 일상에도 가득하다. 그건 아마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각각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눈치가 없고 처리 속도가 느린 것을 보완하기 위해 텍스트를 대충 빨리 읽거나 더 잘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간략화하고 유목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오해가 자라나는 것 같다. 아니면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급급한 경우에도 침착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황급히 아무 말이나 둘러대버려서 더 큰 실수로 이어지는 일도 있었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약이 오르면서도 나 스스로 화가 나기도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공고 모집을 읽으며 내게 100이라는 보상이 기본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알고 보니 10 정도만 참여한 모두에게 지급되고 나머지 90은 성과가 가장 좋은 일부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한 달여 만에 알게 된 것이다. 공고 글을 제대로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건 명백한 나의 잘못이 맞지만 오해하도록 유도한 상대측도 딱히 잘한 것 같지는 않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유형이 있다.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어제 내가 직장에서 9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새벽 2~3시까지는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고 하자.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어제 늦게 들어왔니?”라고 물어보실 때 “네, 일하다가 늦게 왔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어머니가 듣기엔 ‘일이 너무 많아서 그걸 해결하느라 늦었어요”라고 생각이 들어 나를 너무 측은하게 바라보시겠지만 사실 이건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맞는 게 두려운 나의 하얀 거짓말일 뿐이다. 혹은 내가 물어보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이전 대화와 관련이 있다 하여도 아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