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리 글을 써두는 이유
10월 1일부터 시작한 100일간 글쓰기 연습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신청할 당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프로젝트를 시작할 날이 다가올 수록 미션완수를 위해 관리해야 할 방해물이 하나둘 보인다. 프로젝트 시작을 앞둔 3일 전,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며 내가 미리 글을 써두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첫번째 이유는 9월 30일부터 시작되는 추석연휴를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자하신 시부모님 덕분에 부끄럽게도 명절에 며느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나의 작업 환경인 우리집을 떠나 자유롭게 나의 시간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은 창작에 있어 굉장히 큰 제약이다. 늘 머물고 있는 우리집에서도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에는 창작활동에 집중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집안의 어르신들이 함께 계시고 아이들을 더 촘촘히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번째 이유는 내가 천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내게는 일년 중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가끔 신기한 날이 찾아온다. 창작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갑자기 샘솟아서 늦게까지 그림을 그려도 잠이 오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다. 막혀있던 생각들이 술술 풀리고 발목에 묶어두었던 모래주머니를 떼고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것처럼 상쾌하고 엄청나게 빠르게 작업을 끝내게 되는 그런 날! 하지만 그런 날은 내가 원한다고 당장 만들어지지도 않고 언제 내게 오실지 예상조차 잘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예술하는 사람들은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에 연습하지 않아도 숨쉬듯 쉽게 무언가를 창조해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쉽게도 진짜 천재는 그럴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평범한 예술가라는 것을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뜬구름처럼 엄청난 영감이 내 머리와 마음을 강타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무기인 성실과 근성으로 이 프로젝트를 꼭 완성해내고 싶다.
세번째 이유는 두려움을 없애고 싶어서이다.
지금 내가 프로젝트에 자신있게 참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휴직중이라서 복직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내 콧구멍을 간지럽히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복직의 압박이 실감난다. 막연히 불안해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기 때문에 미리 글을 써두려 한다. 매일 있는 미션 인증 글을 쓰기 전까지 끊임 없이 글을 고쳐쓰겠지만 일단 글감이라도, 몇 개의 문장이라도 써두려한다.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싶게하는 요인은 찾는 즉시 없애는 것이 나의 임무 중 하나다!
얼마 전에 손미나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다. 그 책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두려움은 직시하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당장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거나 해결하기 싫다는 이유로 여러가지를 미루는 습성이 있다. 그러다가 쌓아두길 반복해서 생긴 부스러기들이 태산이 되면 갑자기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내 자신에게 실망했던 적인 많았다. 하지만 이번 글쓰기 프로젝트는 반드시 나의 성공경험으로 만들고 싶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일들을 모아 복직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고 싶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고 완성하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기운내자 나 자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