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힘든 것이구나 느낀 순간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뭐든 다 살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어른들도 학생들에게 ‘지금 공부하는 것만 꾹 참고 대학생이 되면 그땐 너희들 마음대로 지낼 수 있어’ 라던지 ‘대학생 되면 괜찮은 이성친구가 생길 거니까 지금은 공부하자’ 등등 어른에 대한 환상을 많이 심어주셨던 것 같다. 둘이 합쳐 15살도 안 되는 우리 아이들도 “내가 키도 크고 어른이 되면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아빠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거야”라고 벌써부터 큰소리치는 걸 보면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이 처음으로 깨진 순간이 있었다. 대학생 때 초등학생들을 인솔해서 선생님 자격으로 수련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밥은 잘 먹는지 혼자서 씻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돕는 것은 물론이고 이탈하는 친구들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했다. 함께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고 아이들보다 더 늦게 자야만 했다. 언제나 미리 준비하고 아이들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뒷정리를 해야 했고 매시간 상황이 바뀌는 것에 대처하고 안전사고는 예방해야 했다.
입시를 앞두고 한참 공부할 때는 ‘나도 대학생이 되면 잔디밭에 앉아서 야외수업도 하고, 매일매일 잘생긴 남학생들이랑 미팅하면서 지내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4년 내내 전혀 없었다. 마음껏 놀고 마시고 불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 어른이 된다는 것이 마냥 달콤한 것만은 아니었다. 수련회에서 인솔자가 되어 처음으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무게감을 느껴본 것 같다.
그리고 얼마 후 반대의 일을 겪기도 했다. 이번에는 우리 부모님과 나이가 비슷하신 어른들과 함께 캠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을 했다. 대부분의 일은 큰 문제없이 수월하게 지나갔지만, 아이들을 재우고 외부로 이탈하지 않도록 지키는 일에서 어려움이 컸다. 초등학생들은 집 밖에서 잘 수 있는 오늘 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선생님으 늦은 시간에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아야만 했다. 그런데 신참 교사인 나와 친구만 잠을 설쳐가면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문을 지키고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분들은 마음 편히 주무시고 이 일에 대해 나 몰라라 하셨다. 수련회 일로 인해 어른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던 지라 솔직히 그분들께 실망을 많이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생물학적인 나이가 들어서 누구나 갖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나를 봐도 그건 확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