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차

이별은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 가능할까

by 글쓰는 달

3일간의 연휴 동안 달달하고 순한 맛의 음식만 먹었더니 점점 떡볶이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게 최고의 떡볶이는 우리 엄마가 해주신 특유의 달달한 떡볶이지만 요즘은 다양한 개성을 지닌 떡볶이도 많이 나와서 새로운 맛을 찾아가는 것도 즐겁다. 다만 문제는 내가 요즘 유행하는 맛을 따라가기엔 매운맛에 너무나도 약하다는 것이다. 취업을 앞두고 한참 공부할 때 처음 생긴 위염은 그 뒤로도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혔기 때문에 이제는 어느 정도 맵기가 느껴지면 먹다가도 그만 먹거나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매운 닭발이나 볶음면은 물론이고 엽기적인 매운맛을 자랑한다는 떡볶이도 그저 내겐 그림의 떡이다.

그렇게 내게 잘 맞는 적당히 맵지만 맛있는 떡볶이를 찾지 못하고 있던 중에 학부모 모임을 갔다가 운명적인 가게를 알게 되었다. 아이 친구 어머니가 사 오신 떡볶이가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아서 상호명을 알아두었다가 집에서 시켜보고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먹기에는 살짝 맵지만 내겐 딱 적절한 정도의 매운맛이었다. 게다가 같이 주문한 김치볶음밥으로 만든 참치 주먹밥 맛도 기가 막혔다.


여행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돌아가서 먹을 떡볶이 생각이 간절했고, 드디어 오늘 아침 주문을 하려고 배달어플을 켰는데 등록된 업체가 아니라고 나온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고, 검색 끝에 찾은 블로그에 링크된 전화 걸기 단추를 눌러도 정보를 다시 확인하라는 팝업창만 떴다. 블로그에서 본 사진 속에 나온 유선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고 확실히 내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나는 웬만해서는 음식이 맛없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이지만 또 한 번 먹고 싶은 것이 구체적으로 떠오르면 그 음식을 먹고 싶은 열망이 아주 강한 사람이다. 한 순간에 떠오른 욕망도 아니고 며칠을 생각하고 참던 차에 겪은 떡볶이집과의 이별에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지키려면 돈이 많아야 하는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틈틈이 주문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나의 식욕을 잠재우는 것은 무리여서 지역 맘 카페에 사정을 설명하고 비슷한 맛을 지닌 가게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는 글을 올렸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가게를 정하고 메뉴를 훑어본 후에 배달 주문을 하였다.


우리는 흔히 사람으로 입은 상처는 다음 사람에게 치료받는다고 한다. 하림의 노래 중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가사가 있는데 정말 공감된다. 그런데 사람도 아니고 떡볶이와의 이별, 그것도 일방적인 이별 앞에서 나는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내가 지켜주지 못해 떠나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데 새로 주문한 떡볶이를 맛보는 순간, 나는 어느새 이전 떡볶이의 맛이 잘 생각이 안 나게 되었다. 그저 지금 내 앞에 있는 새로운 맛의 떡볶이에 빠져들 뿐이었다. 투움바 떡볶이는 로제 파스타 같은 소스에 살짝 새우과자 향까지 들어가서 맛있게 매우면서도 입맛을 자꾸 당기는 떡볶이였다. 만약 오늘 새로 주문한 떡볶이 맛이 내가 그리워하는 것보다 맛이 없거나 차가웠다면 ‘역시 구관이 명관이야’ 라면서 다시 만나기 어려울 예전 떡볶이에 대한 예찬을 할지도 모른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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