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딱 맞춰 진행한다는 것(1)
어떤 일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편인가?
나는 큰 그림만 그리고 세부 계획을 촘촘히 세우지 않아 어려운 타입인 것 같다.
베짱이 기질이 가득한 사람으로 뭔가 하루 종일 계획이 가득하면 잘 못 견디기도 하고, 계획을 세우다가 이미 진이 다 빠져버려서 의욕도 없고 흥미도 사라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 없이 일을 진행하자니 그것도 또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서 정신없이 가족들을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했고, 큰 아이 등교시키고 돌아오자마자 작은 아이 손을 잡고 유치원 버스 승차장으로 이동했다. 3분여 동안 정성껏 문자를 작성해서 1분 뒤 아침 9시에 딱 맞추어 문자전송을 했다(방과 후 학교 수강신청을 위해). 무사히 수강신청을 마치고 빨랫감을 잔뜩 모아 세탁기를 한 번 돌리고 동네 큰 길가로 나가서 선물용 롤케이크를 샀다. 시동을 걸고 휴직 중인 직장에 가서 재직증명서를 발급받고 생각지도 못하게 새로 부임하신 상사분께 인사까지 드리고 나왔다. 잠시 동네 카페에서 숨 돌리며 밀린 그림 그리기도 하고 다시 큰 아이 데리러 교문으로 달려갔다. 집에 와서는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계절 옷 갈이 및 조카들에게 물려줄 옷과 버릴 옷 등등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공부하느라 기특한 큰 아이 손을 잡고 케이크를 먹으러 갔다. 한 시간 정도 쉬고 나서 다시 집에 와서 피아노 책이 든 가방을 메고 레슨 가는 큰아이를 데려다주고 다시 시간 맞춰서 데리고 왔다. 잠시 쉬는 동안 어느새 작은아이 등원 버스 시간이 돌아왔고 집에 데려온 애들을 위해 저녁밥을 차리는데 엄마에게 전화 오고 남편에게 부탁받은 일 확인하고 등등.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왜 거실을 지금 이 꼴인가, 나는 왜 글을 다 쓰지 못해서 이렇게 괴로운가. 졸린데도 잘 수 없는 거실 상태가 나를 슬프게 한다.
오전에 시동 걸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한 대로 구체적으로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어서 의욕이 가득했다. 막상 오후로 넘어가고 밤이 되자 체력이 부족해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일을 수행할 수 없음이 아쉽고 때때로 짜증스럽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