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차

부모가 된다는 것

by 글쓰는 달

부모가 된다는 것은 모범이 되어야 하고 혹은 아이에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한계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내가 싫어했던 것들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하며 부모님께서 자연관찰 전집을 사주셨는데 그 책들은 얇았지만 정말 정말 징그러웠다!
간혹 꽃이나 동물, 우주 등 아름답고 귀여운 책들도 있었지만 뱀, 공룡, 곤충 등은 너무나도 적나라한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직도 내게 시각적 상처로 남아있다
일단 우리 엄마와 당시 우리 가족과 가까이 사시는 이모는 곤충과 뱀을 정말 정말 싫어하셨다. 요즘도 엄마가 키우시는 식물에 민달팽이가 붙어있으면 내가 잡아드릴 정도다.
이런 나의 특성이 혹여나 아이에게 선입견을 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슬슬 자연관찰책을 사줘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자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자연관찰책들도 변신을 많이 했다. 너무 정확한 사진보다는 세밀화 등이 첨가되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책들이 많아졌다(감사합니다). 그림도 아름답고 수준급이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내겐 미술공부도 할 수 있게 해 주어 나도 자연관찰책을 멀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최근에 선물 받은 곤충 사전은 사진이 아닌 세밀화로 되어 있어서 시각적 충격을 줄였고, 적당히 사실적인 묘사로 정보전달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곤충을 알 수 있었고, 아이가 곤충의 아름을 더듬더듬 읽어보며 글자를 유추할 수 있는 기쁨도 주었다. 한글과 영어로 곤충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이름과 영어 학명 간의 차이도 흥미로웠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많은 곤충을 알게 되어서 재미있었다(애들 아빠는 곤충 선정이 우리나라 정서가 빠져있는 것을 다소 아쉬워했다. 언젠가는 우리들의 곤충도감도 나오길).


할머니 텃밭과 곤충생태관에서 본 곤충들에서 시작하여 유치원 프로젝트 수업 주제를 통해 식충식물까지 알게 되는 등 아이들이 곤충에 대한 관심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확실히 어렸을 때 나보다 아이들이 곤충에 대해 부담 없이 생각하고 만져보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멋지다. 하지만 곤충과 벌레는 다른 모양인지 자신들이 잡을 수 없는 벌레들이 날아다니거나 기어 다니면 어김없이 괴성이 발사된다 하하하.

나도 그 벌레들이 썩 마주하고 싶은 모양새는 아니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그들을 우리 아이로부터 멀리 떼어놓느라 용기를 발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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