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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Dec 19. 2020

78일 차

글을 쓸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는 걸까

 백일을 목표로 시작한 글쓰기 프로젝트도 어느새 8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처음에는 평소에 내가 생각해왔던 나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것들을 이야기하려고 애썼다. 어떤 날은 새로운 영감이 잔뜩 떠올라서 여유 넘치는 부자처럼 글을 여러 개 저장해놓고 그중에 하나만 발행 단추를 눌렀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엔 하루 종일 글감을 찾으려고 애써서 겨우겨우 한두 개를 잡아놓았지만 이상하게 글을 쓰려고 키보드 위에 손을 얹으면 향기처럼 어디론가 다 증발해버려서 곤란해지기도 했다.


 처음부터 주제의 범위를 한정 짓지 않고 일기나 수다 떨듯 자유롭게 쓰는 것을 나름의 원칙으로 정하고 즐겁게 쓰는 것이 목표였다.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재미있는 글을 끊임없이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매일 다른 주제로 77개의 글을 뽑아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종종 한 가지 상황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나눠서 각각의 색을 살려 다른 글을 만들고 싶었지만 희망사항과 다르게 나의 글쓰기 실력이 예리하지 못해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혼자 생각했던 것들을 쓰다 보니 어느 날은 ‘어? 이거 내가 전에 쓰지 않았던가?’하고 헷갈리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발견한 이 소중한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계속 내 머릿속에 붙잡아두었다가 또 잊었다가 다시 찾기를 반복해서 언젠가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해 남겨두니 시원하고 안심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글쓰기 프로젝트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sns에 쏟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다이어리 꾸미기에도 정성을 나눌 여력이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독서와 그림 그리기 등 나를 지탱해주는  활동도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sns에 적어 내려 가던 게시글의 길이도 짧아지고 실제로 나누는 말수도 줄어든 기분이 든다. 어쩌면 진작부터 일기나 글쓰기를 착실하게 꾸준히 했더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쏟아내는 말의 양이 줄어서 그들에게 수다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껏 떠들고 생각하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때로는 후련한 마음도 들고, 때로는 글의 내용과 순서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로 일단 펑크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의미 없이 써 내려간 날도 있었다. 그래도 내 생각대로 술술 아이디어가 나와서 글이 부풀어 오르면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그렇지 못한 날을 맞이하는 것은 피하고 싶고 마주하기 괴롭다. 하하하.


 창의력은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개발되고 더 많아질 수 있다고들 한다. 비록 내가 하루에 쏟아낼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무한하지 않다 하여도 나의 글쓰기 의지와 영감이 끊이지 않고 오래오래 이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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