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 차

색판 뒤집기 게임

by 글쓰는 달

종종 예능에서 볼 수 있는 ‘색판 뒤집기 게임’을 아는가? 게임 규칙은 간단하다. 앞뒤에 다른 두 가지 색으로 된 판을 준비하여 위를 보는 색의 숫자의 비율이 같아지게 놓는다. 두 명의 경기자는 각각 자신의 색을 선택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색판이 더 많이 위를 볼 수 있게 하도록 움직이는 경기이다. 내가 빠른 속도로 상대의 색을 뒤집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요즘 내게도 과연 주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생기는 영역이 있는데 바로 내 머리카락이다.


젊은 사람의 머리카락 중 새하얗게 돋아난 한 두 가닥의 흰머리는 ‘새치’라고 부른다. 유독 그 새치가 눈에 띄는 이유는 그 머리카락을 제외하고 주변은 모두 다른 색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머리카락을 어깨를 넘어 등에 닿도록 기르고 다녔을 때도 이 흰머리는 눈에 잘 띄었던 모양이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가 “잠깐만!”이라며 내게 달려와 기다란 흰머리를 잘라줬던 게 벌써 8년 전쯤인 것 같다. “너무 눈에 잘 띄어서 안자를 수가 없었어요.”라는 말을 해주며 내게 건네준 머리카락은 광목에 바느질을 해도 될 만큼 참 하얗고도 길었다.

그렇게 간혹 보이던 흰머리가 이제는 머리를 빗을 때, 가르마를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타볼 때, 머리카락을 쓸어 올릴 때,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렸을 때 등등 여러 각도에서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어이, 우리 여기 있다고~~.” 마치 생존신고라도 하듯.


아주 어렸을 때는 돼지털이라면서 머리카락 중에 유독 곱슬기가 심해서 잔머리처럼 삐져나올 때 보기 싫었던 머리카락은 그 자리에서 뽑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한가닥 가닥이 모두 소중한 시기에는 흰머리라고 해서 그냥 자를 수가 없다. 웬만해서는 뿌리에 가장 가깝게 두피에 밀착시켜 짧게 남기고 잘라낸다. 대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흰색(혹은 은색)이거나 모발 끝은 갈색인데 모근 쪽은 하얗게 된 머리카락들이 많다. 하지만 정말 가끔씩은 모근 쪽이 갈색인데 모발 끝쪽이 흰색인 머리카락도 보인다. 이것은 말로만 듣던 회춘인 걸까? 이런 머리카락을 발견한 후로는 함부로 흰색이라고 하여 머리카락을 뽑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흰 머리카락이라고 해서 무조건 뽑았다간 애매한 대머리가 될 것처럼 꽤 여러 가닥이 함께 자라나고 있다. 차라리 유명인들처럼 아예 백발이라면 그대로 꾸며도 멋질 것 같지만 아직은 수적으로 흰머리보다 갈색머리가 더 우세한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미용 가위로 흰머리의 긴 부분을 잘라내는 정도이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 내 머리카락이 대부분 하얗게 변하고 몇 가닥의 갈색 머리카락이 남는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단순히 전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라도 될까? 아니면 그나마도 젊음의 상징이라며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42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