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일 차

산책의 기쁨

by 글쓰는 달

소위 말하는 핫한 동네는 가볼 곳도 많고 궁금한 곳도 많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주차’이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주차에 능숙하지 못한 나의 솜씨로 좁은 골목길을 뚫고 다닌다는 것이 보통 각오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래간만에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지인이 먼저 약속 장소를 권해주어 지도를 찾아보니 카페거리로 이름난 옆동네였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그쪽을 가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생각났다. 그건 바로 ‘주차난’이었다.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 걸어서 가자!!


하교하는 큰 아이를 데리고 나름 산책 데이트를 했다. 여름에 은행 가느라 걸었던 똑같은 길을 늦가을에 걸어가니 또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지인과 만나서 간만에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예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책 모양의 간판이 귀엽고 흥미로워 아이 손을 잡고 건물 뒤쪽으로 가보니 깔끔하고 아늑한 ‘동네 책방’이 있었다. 여러 어머니들이 탁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밝은 미소를 가진 사장님이 그 가운데에 있었다. 따뜻한 느낌의 원목으로 된 책장과 책상이 벽을 둘러싸고 있고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이 있었다. 자유롭게 쌓여있는 책들 속에서 내가 읽고 싶었던 표지를 발견하고 기쁘기도 했고 아이는 미피 시리즈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앉아 바로 읽기 시작했다.


책을 구입하니 아이의 책 안쪽에 사장님과 아들의 모습을 담은 시그니처 도장을 찍어주셨는데 그림이 참 사랑스러웠다. 내 책에는 과일 모양의 도장을 구입 확인차 찍어주셨는데 그걸 본 아이가 자기 책에도 찍어 달라고 하여 모자 옆에 귀여운 과일이 둥둥 떠있는 더 귀여운 스탬핑 작품이 탄생했다. 사장님은 내가 고른 책과 또 궁금해하는 책을 보시고는 금세 내 취향을 파악해서 신간 소식도 알려주시고 아이에게 미피책에 대한 정보도 듬뿍 주셨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밝은 태양같이 빛나는 사장님의 미소였다. 좋아하는 것이 가득한 공간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책을 사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마지막 과정이 그 미소였던 것만 같다. 서점에서 책 모임도 꾸준히 있다는 말에 서점의 명함을 받아왔다.


지인과 헤어질 때 자동차로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것을 사양하고 나의 직감대로 서점 간판을 향해 간 것이 참 기뻤다. 그리고 아이와 걷지 않았더라면 찾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 그리고 꽤 큰 허벅지 통증이 오늘의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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