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배우는 방법
종종 방송인들이 봄가을 개편이 두렵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다지 내게 와 닿지 않았는데 의외로 교육방송을 보면서 잔인한 이별을 몇 번이나 겪어야 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여러 이유로 ebs를 많이 보게 되었다. 일단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보여줄 수 있었고 타 채널보다 광고도 적고 꽤 순한 맛이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필요할 때 TV를 끄거나 시청을 중단시키기에도 좋았다(평일에는 오전 7시~10시 반, 오후 2시~19시 반 정도). 아이들을 보여주다 보니 어느새 예전에는 잘 몰랐던 아이들 프로그램과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이름도 알게 되었다.
몇 달간 쭉 같은 채널만 보다 보니 이제 편성표를 찾지 않아도 어느 시간에 어떤 프로그램이 나오는지, 다음 순서에는 누가 나오는지 등등 어렵지 않게 파악하고 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좀 익숙해질 만하면 어김없이 개편의 시간이 왔고, 같은 만화라 해도 시간과 요일이 뒤죽박죽 바뀌어서 다시 외우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등장인물이나 캐릭터 혹은 프로그램 자체가 없어져버리는 것이었다.
번개맨과 짜잔형(방귀대장 뿡뿡이)이 갑자기 세대교체를 한다던지, 방귀대장 뿡뿡이에 나오던 우주 악당이 한 계절만에 없어지고 세계관이 송두리째 바뀌는 등 어른인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급격한 변화가 교육방송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런 이별을 사전에 알려주거나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어른들이 보는 드라마는 몇 부작이라던지 뭔가 끝을 준비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데 정작 아이들에게는 그런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니. 음. 아동상담을 진행하면서도 갑작스러운 이별이 주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내담자와 상담자의 이별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보편적인 과정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정작 방송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다. 내 마음에 심어둔 애정 하는 캐릭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그런 걱정은 어른들에게만 보이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사라진 캐릭터에 대해 묻는 일은 잘 없었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방송에서 이런 절차로 이별을 학습시키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