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맛의 보존 법칙
부모님과 아이들을 동반한 3박 4일간의 여행이 끝났다. 아쉬운 마음에 우리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어른 아이 모두가 좋아하는 석갈비. 그런데 나와 부모님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된장찌개였다. 평소에 이 식당에 올 때 된장찌개를 이렇게까지 맛있게 먹었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유독 어른 셋만 된장찌개를 공략하고 있었다. 다음날 엄마랑 대화하다 그 이유를 깨달았다. 우린 3박 4일 동안 아동에 맞추어 식사를 해왔기 때문이었음을.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무래도 식사나 음식의 맛을 아이들을 기준으로 정하게 된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하루에 성인식, 유아식, 이유식 총 세 가지 음식을 마련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요리에 큰 시간을 쏟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성인식은 자연히 유아식으로 대체하곤 했다. 원래도 매운 음식은 잘 못 먹는 어른인지라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가끔은 정말 칼칼한 음식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편법으로 볶음밥을 할 때는 어른들 음식에 후추를 더 뿌리거나, 된장국을 끓일 때는 어른들 것에만 고춧가루를 뿌리는 정도로 타협을 보기도 했지만 결국 일주일에 두어 번은 부대찌개나 떡볶이를 사 먹곤 했다. 작년에 잠시 일을 할 때는 매운 음식에 대한 갈구나 집착이 좀 사라졌는데 아마도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구내식당의 식단은 밥을 제외하고 국과 반찬이 매운맛이 최소 한두 개는 있어서 아이 입맛에 길들여졌던 내게 어려움을 주었던 것도 있지만 집에 와서 따로 매운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이와 비슷하게 아이들과 똑같이 식사와 간식을 먹다 보면 일주일 정도 이내에 반드시 조미료가 팍팍 들어간 과자가 많이 당겼다. 특히 친척집에 가면 몸에 좋은 채소와 맛있는 찌개 등등 건강하고 풍부한 맛과 여러 종류의 반찬을 먹는 기쁨이 있지만 그만큼 정크 푸드도 그리워졌다. 친척집에 오래 체류하게 되면 아이와 산책 간다고 말씀드리고 밖에 나와서 카페나 편의점에 가서 봉지 과자나 디저트 등을 먹고 나면 기분이 확 풀리곤 했다. 이게 해결이 안 되면 몸과 마음이 답답해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요리할 때 조미료를 넣지 않는다고 꽤 건강한 음식을 추구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나도 알게 모르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었던가보다.
간식을 끊어야 살도 빠지고 지금보다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습관이란 것은 이토록 무서운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제 시킨 떡볶이를 데워먹으며 채우지 못한 매운맛을 메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