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시간은 다르다
주말이다. 주말에는 온 가족이 다 한 집에 모여서 생활하게 된다. 그간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청소나 집안일 등을 분담해서 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기쁘고 행복하게 끝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서로 상대방의 속도나 흐름에 맞추어주지 못해서 인 것 같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일을 나누어하는 경우 생기는 문제점은 ‘상대적 박탈감’이 가장 큰 것 같다. 핸들이 두 개 달린 자전거를 탈 때 앞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의 속도가 시원찮게 느껴지는 것은 뒤에 앉은 사람이 페달에서 발을 떼고 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와 마찬가지로 집안일을 분담해서 진행하다 보면 나는 일하고 있는 시간에 쉬고 있는 상대방을 보고 있노라면 화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
같이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는데 한 사람은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배고파하는 가족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일.
한 사람은 가족 모두가 어지른 것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는데 다른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늘려나가는 일.
한 사람은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졸리다면서 누워있거나 여유롭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장면 등등.
이런 일이 쌓이면 서로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무시하고 내 흐름대로 그 사람이 움직여주길 바란 것이 아닌가 싶다. 흔히 운전을 잘한다, 못한다 등으로 내 앞뒤에 주행하고 있는 자동차 속 운전자에 대해 평가를 하곤 하는데, 결국 운전을 잘한다는 이야기는 다른 운전자가 나의 흐름에 맞추어 간격도 잘 떨어뜨려 운전하고 함께 밟아줄 때 속도를 높이고 줄여주는 등 내가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무난한 운전을 즐길 때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평소 먼저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과 놀아줄 때 자고 있는 배우자를 보고 있으면 안쓰럽다가도, 꼭 아침식사 준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 게다가 방금 일어나서 식사를 마친 사람은 기운이 넘칠지 모르겠으나 그 시간까지 계속 서서 음식 준비, 빨래하기 등등을 수행한 나의 입장에서는 이제 좀 숨 돌리고 쉬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상대방이 꽤 원망스럽다. 본인은 ‘이제 나는 공동의 목표를 수행할 준비가 되었으니 너도 함께 하자!’라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하는 말이겠지만 나는 이제야 쉬는 시간인데 자신의 페이스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서운해하는 그 마음이 참 부담스럽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근데 또 자세히 관찰해보니, 나는 내가 일할 때도 일하고 그가 일할 때도 일하는 편인데 그는 내가 일할 때 마음 편히 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아무 말을 안 한다고 반대의 상황에서 나도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나도 그가 쉴 때 나도 무조건 쉬려고 한다. 그렇게 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도 편하고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혹자들은 꼭 그렇게 너도 당해봐라는 식으로 움직여야겠냐고 묻겠지만 나는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할 수 있을 만큼의 강철 체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쪼잔하게 너는 왜 쉬엄쉬엄 하면서 나만 들볶냐고 불만을 가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도 당당하게 쉬는 편이 그에게도 오해를 주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지금 남편은 아이들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고, 나는 프로젝트 글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은 늘 내가 꿈꾸던 시간 활용 방법이었는데 집안일에도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도 우리는 서로 행복해질 수 있다. 암암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