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려면 과학자가 되자
점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올해만큼인 적은 없는 것 같다(매년 갱신 중이긴 하다). 결국 외출도 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TV 앞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렸을 적 사촌언니와 함께 극장에서 보았던 <나 홀로 집에 2>를 이젠 아이들이랑 거실에서 보고 있다니! 그때는 그저 재미있게만 보았는데 부모가 되어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하니 참 잔인하고 엄청난 계략들이 등장하는 것에 놀라고 있다. 어린이가 저렇게 멋지게 함정을 계획하고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어 계산해서 악당(어른)을 물리치다니. 정말 놀랍고 놀랍다.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고 영화 속 설정이라 하여도 타인의 동선과 행동을 예측하고 그에 맞추어 함정을 준비하려면 심리학도 필요하지만 과학적 지식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에 나오는 악당이나 영웅들 중에는 과학자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미니언즈’의 주인인 닥터 그루도 과학자이다. ‘월래스 앤 그로밋’도 직접 우주선을 만들거나 아침 출근 준비를 위해 집 전체를 개조한 과학자이다. 아이언맨도 갑부이고 과학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스파이더맨도 대학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나오지 않는가. 과학자가 영화 주인공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고 직접 무기나 상대방을 골탕 먹일 도구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신에게 잘 맞고도 독특한 것으로 말이다. 지구를 점령하거나 세상을 멸망시키려면 과학 능력이 아주아주 필요하다. 만화 ‘20세기 소년’에 나오는 ‘친구’도 과학자와 조력하여 바이러스를 만들어 세상에 살포하며 자신의 세력을 넓히지 않는가.
그리고 비단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과학자가 영화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매사에 적극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일이든 몰두하여 해결 방안을 찾아내고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은밀하고 재빠르게 자신이 직접 움직여서 상황을 이끌어가는 대담함. 머리가 비상하고 끈질긴 성품으로 결국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내는 그들.
지금은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이나 동영상 크리에이터가 일 순위로 꼽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남학생들에게 과학자는 꽤 인기 있는 직업이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남학생들이 과학자를 선호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이끌어 갈 수 있는 현실적인 마법사 같은 존재가 과학자가 아닐까.
<나 홀로 집에> 시리즈가 다 끝나고 시작한 애니메이션 <그린치>의 주인공도 어설프지만 마을 사람들에게서 크리스마스를 훔치기 위해 여러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만의 모험을 떠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과학자가 되자. 꼭 거창한 공식을 만들거나 기계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고 하여도 나의 삶을 계획하고 도전과 탐구를 멈추지 않는 과학자처럼 살아가자. 그래서 변화를 직접 만들고 경험하자는 생각을 했다. 움직이자! 모든 것의 시작은 그것에서 출발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