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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Dec 26. 2020

86일 차

왜 내 전공이라고 말을 못 해

 누군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어색해서 온 몸이 굳어버릴 것 같지만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일단 이름을 말하고 그다음에는 나이, 취미 그리고 종종 전공을 말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런데 전공을 말하는 순간 내게 쏟아지는 기대감이 좀 부담스럽다.


 대학교에서 어떤 과목을 전공했다고는 하지만 석사 이상의 공부를 하지 않은 이상 전문가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세상인 것 같다. 학부생 시절에 우연히 알게 된 동생이 있었는데 나의 전공과목에 관심이 많아서 일부 영역의 경우 나보다 훨씬 박식하고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배워야 할 정도였다. 물론 그 당시 내가 전공과목을 들은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건 참 특별하고 창피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전과도 해봤고 편입을 통해 새로운 과를 전공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전공에 대한 자신감이 낮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남들은 이미 대학교 입학 전부터 최소 1~10년 간 연습해 온 것을 나는 고작 6개월 만에 따라잡아야 했는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늘 자격지심처럼 마음 한편에 불안함이 있었다. 전공을 바꾸고 나서 처음 몇 년 간은 '나는 이 전공을 선택한 지 몇 년 안되었어요. 그러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한 지 10년쯤 되었을 때 더 이상 나를 속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강산이 바뀐다는 시간 동안 나는 아직도 내 전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니. 이 정도면 나도 전문가가 되어 있었어야 하는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연습하고 탐구하고 재료를 사모으고 책을 읽어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고 연습하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리고 내 전공 영역을 정식으로 졸업장을 얻지 않고 취미 생활로 즐기면서도 나보다 더 훌륭한 성과를 보이는 사람들의 결과물을 보며 조바심도 나고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이 것을 전공으로 정하지 않아 비전공자로써 내 결과물을 평가받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찬사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공자가 되는 순간 나의 업적들은 전보다 더 초라해지는 것만 같아 사람들에게 나의 전공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전공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을 다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전공에 대한 탐구의 열정이 불타던 5년 전 그 날처럼 오늘 문득 나는 내 전공을 어디서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그래서 관련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온라인 클래스 강좌 하나를 신청하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아직도 네 전공과목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 해?'라고 이해 못하겠다는 얼굴로 묻기도 한다. 하지만 뛰어난 가수들도 보컬 트레이닝을 통해 더 나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나 혼자 아날로그에만 머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난 오늘도 더 노력할 것이고 남들보다 앞서 가진 못해도 도태되고 싶지는 않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차근차근 변화의 물결에 밀려 뒤로 흘러가지 않고 최소한 지금의 자리라도 지키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또 배울 것이고 나의 무식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더 공부할 것이다.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내 전공을 한 번에 알아차릴 정도의 실력을 키우고 싶다. 멋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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