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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May 06. 2016

5월, 고맙습니다.

몰아치던 일상이 천천히 흘렀으면


○○○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늘 조용하던 핸드폰에 낯선 소식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 문장을 이해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를 보기 시작했다는 알림이었습니다. 여러 개의 획과 문자, 하나의 글 덩어리로 표현된 내 모습을.


마치 명절에 모인 친지들 앞에서 장기자랑을 하던 시절처럼, 삼삼오오 모이는 사람들이 저의 조력자로 느껴졌습니다. 한 명 한 명 프로필 사진을 보며 제가 받은 설렘을 전했습니다. 비록 하나의 순간을 다룬 사진이지만 웃고 있는 얼굴이, 예쁜 풍경이, 또는 얼짱 각도로 폼 꽤나 잡은 멋진 모습이, 모두 저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였습니다. 나 역시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글은 하나의 목적을 갖고 늘어갔어요.




브런치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심술 잔뜩 난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것 같은, 지독한 회의가 3시간을 넘어설 때쯤 생소한 알림이 핸드폰을 흔들었습니다. 브런치북 수상. 믿기 어려운 그 문구는 긴 회의로 골 깊어지던 미간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결리던 뒷목과 승모근도 주물러줬지요. 말라가던 입속에 시원한 냉수 한동이 뿌려줬고, 식은땀으로 습해지던 겨드랑이에 마른 산지의 봄바람을 불어줬습니다. 갑자기 회의를 몇 시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고맙습니다.


친구 녀석은 이런 글 촌스럽다며, 고마운 마음은 스스로 잘 품고 더 좋은 글로 보답하면 된다고 했지만 저는 직접 표현도 해야겠습니다.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어느덧 구독자가 8,000명을 넘어섰네요. 구독자 님들, 라이킷 꾹꾹 눌러주시는 분들, 겹겹 댓글로 응원 주시는 분들, 한 명 한 명의 관심이 모여 제가 이렇게 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죄송스럽게도 늘어나는 구독자 수만큼 제 펜은 무거워졌습니다. 코 풀듯 팽하고 쓰던 습관 대신 코털 정리도 좀 하고 말라붙은 딱지들도 걷어내며 좀 더 신중하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표현한 거지...) 글의 발행 수가 줄더라도 시류에 흥분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면 좋겠어요. 제 처음의 마음이 담긴 글을 드리고 싶습니다. 늘 다짐합니다.


제 글을 통해 독자님의 몰아치던 일상이 천천히 흘렀으면, 조금이나마 마음 따뜻해졌으면, 그렇게 작은 변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멈추지 않고 좋은 글 쓰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 왕고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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