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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Jan 08. 2016

우울증 백신 득템하는 법

심지어 공짜


우울증은 주변에서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나름대로 친근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 오늘 우울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앓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우울증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잘 모르기 때문에 키우고 있는 것이 우울증일지도 모릅니다.


우울증의 경우 다른 정신적 어려움에 비해 치료를 통해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녀석이 일상을 지배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것인데요. 그럼 예방주사는 무엇이며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걸까요.



'우울하다'와 '슬프다'


많은 분들이 '우울하다.'와 '슬프다'를 동일 선상에 두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위 우울증에서 이야기하는 '우울하다'는'슬프다'와 조금 다릅니다.



슬픔은 감정입니다.

울고 나면 해소가 될뿐더러, 그 이면에 기쁨을 담고 있죠. 즉, 비 온 뒤에 날이 개듯 슬픔 뒤에는 어느 정도의 기쁨이 수반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우울하다'는 '생각'입니다.
고로 그러한 생각이 변치 않는 한, 즉 '우울한 생각'을 버리거나 바꾸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는 무기력한 태도로 이어지게 되지요. 때문에 우울증에 대한 분류 기준에는'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자, 그러면 반대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뭐. 라. 도. 하면? 우울함을 어느 정도 밀어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병리학적으로 우울증은 뇌의 시냅스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의 문제이며, 약물치료로 어느 정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죠. 그런데 약이라는 게 먹다 보면 '먹어야지만' 낫도록 적응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이겨내려는 의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의지라는 말은 너무 무거우니 '실천'으로 바꿔보겠습니다. 어떤 실천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는 어떤 실천을 삶으로 녹여야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도대체 뭘, 해야 뭐. 라. 도. 한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햇빛의 위력



햇빛?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우리가 식물인가? 진짜 효과는 있는 거야, 라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요.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바로 이 햇빛이 치료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럴 리 없다고요? 일단 들어보실까요?


자살률이 높은 나라의 공통점?


북유럽의 자살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특히나 핀란드의 경우 북유럽 최고의 '복지 국가'라는 요소가 (이런 부분에서는 오히려 안 좋게) 작용하여 자살률이 항상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짧은 일조시간'과 '흐린 날씨'입니다. 즉, 햇빛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울증은 뇌의 시냅스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의 문제도 있습니다. 뉴런 간에 정상적으로 작용해야 할 화학작용이 약하게 또는 느리게 작용하여 무기력함이 동반되고,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기본적인 능력에 대한 판단이 변화합니다. 점차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든다고 느끼게 됩니다. ('세수'와 같은 간단한 일조차도 말이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극단적으로 치 닿으면 '내가 할 수 있는 나에 대한 유일한 통제'로서 자살이라는 극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죠. 우울증이 다른 정신질환에 비하여 자살률이 높은 이유도 이런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냅스냅스 시냅스


자, 다시 화학작용으로 돌아와서.

이토록 무시무시한 결과를 치료 및 예방할 수 있는 약이 고작 햇빛이라니 믿기시나요?


자, 놀라지 마세요. 햇빛이 위에서 말한 '뇌 속의 화학작용'을 돕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해님의 빛(적외선, 가시광선)이 뇌 속의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분비를 증가시키게 됩니다. 단지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약을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북유럽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집 내부에 '인공 빛 장치'를 두고,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의무적으로 쐬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치료 도구'로서햇빛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도 돈 주고 사서!!)

대한민국에서 인공 빛 장치를 치료 목적으로 집에 두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문 열고 나가면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은 나라에서 자살률 세계 1위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고단하고, 햇살과 교감할 정도의 여유도 없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돈 주고 사야 하는 자연의 빛을 우리는 공짜로 하루 수 시간 누릴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또는 안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공짜, 좋잖아요? 누리자고요~
해님을 향해 머리를 뻗는 해바라기처럼, 우리의 머리도 광합성 좀 시켜주자고요.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말이죠.



가 움직이면 도 움직인다.


우울증에 대한 다양한 얘기들을 접하면서, '우울증은 점점 더 움직이지 않는 병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무기력해지는 이유는, '뇌의 작용'이 느려지면서 '나의 행동'도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우울증이 심각한 사람은 며칠 동안 씻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앞의 해님 효과는 '뇌의 작용을 증가시켜서 행동을 증가'시키려는 화학적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와 반대의 접근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생각을 해야 행동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심리학, 뇌과학 등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연구들은 '어느 것도 한쪽만 작용하는 것은 없다'라는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홀로 작용하는 것은 없다는 말이지요. 아래의 연구를 볼까요.


우리는 흔히 생각한 후에 몸이 움직인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뇌는 머리에만 있는 게 아니고  몸속에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문제가 잘 안 풀릴 땐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의 알레한드로 레라스 교수는 강의실 천정으로부터 밧줄 두 개를 매달고 서로 연결시켜 보라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냈다. A집단에게는 정답과 근접한 양팔 운동을 하면서 과제를 풀어보라고 했고, B집단에겐 정답과 반대되는 한 팔운동을 하면서 과제를 풀어보라고 했다. 그 결과, A그룹 학생들이 문제를 풀어낸 경우가 40%나 높았다.

그들의 운동은 문제를 푸는 힌트로써는 크게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운동방식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한 학생은 없었다. 단지 양팔을 모두 움직이는 몸의 행위를 통해 뇌가 무의식적으로 "아, 두 개의 줄을 모두 움직이면 되는구나"라는 식으로 답을 생각해낸 것이다.

레라스 교수는 “신체는 마음의 일부이며,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쉽게 말해 '나의 행동' 나의 생각, 즉 '뇌의 작용'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행동으로 뇌의 작용을 바꾸는 경우가 훨씬 더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울증의 옆구리를 걷어차기 위해선 어떤 시도를 해야 할까요.


행동을 증가시켜서, 뇌의 작용도 증가시킨다.


간단하죠? 바로 운동입니다. '아, 또 운동이야? 거 알만한 사람이 왜 이래~' 하는 분들 계실 텐데요. 여기서 말하는 운동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움직임'을 의미하죠. 일정 시간 멈추지 않고 움직여야 합니다. 이유 불문하고 '묻지마(?)'로움직이다 보면 나의 뇌도 자연스레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죠. 하루 중 짧게는 10분, 여유가 된다면 30분만 투자하면 됩니다. 꼭 우울증을 떠나서라도 운동은 좋은 점이 많잖아요?


투자하자고요!




극강의 백신, '산책약' 탄생!


자, 놀라지 마세요!

앞서 알려드렸던 두 가지 방법(화학작용 → 행동증가 / 행동증가→ 화학작용)을 한 번에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바로!!
햇살 아래 산책! 입니다. (따란~)


사박사박


햇살로 인하여 뇌의 작용도 증가하고, 동시에 움직임 빈도도 증가하니 양쪽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두 가지 작용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우울함이 금방이라도 씻겨 날아갈 것 같지 않나요? 마치 감기약과 쌍화탕을 먹고 한 숨 푸욱 자는 것처럼 말이죠. 참고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약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햇살 아래 10분 이상의 산책'을 가장 먼저 권하고 체크한답니다.

끝입니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 결론은 심플 그 자체,  '산책하자'입니다.


산책이라는 평범한 단어를 이토록이나 오랫동안 풀어서 이야기한 이유는, 이 산책이라는 게 말은 쉬운데 실제로 행하기는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의 최근을 떠올려 보세요.


햇살 아래 10분 이상의 산책


언제쯤이었나요?

우울함이 싫다면.
우울증이 무섭다면.

이 글이 끝나는 시점에,
박차고 일어나서  뛰쳐나가시기 바랍니다.

잊지 마세요.
산책, 그 위대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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