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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고래 Feb 09. 2016

부부싸움 잘하는 방법

잘 싸워야 덜 싸운다.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이 지나갔습니다. 명절이 지나면 법원이 바빠진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만큼 명절은 부부 사이의 굳건함(?)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잘 싸우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은 부부싸움 잘하는 법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입을 크게 벌리면 이긴다!" VS "혀를 길게 빼면 이긴다!"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부를 하나의 협상 관계라고 가정하면, 협상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좀 더 잘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천천히 읽다보면 나만의 필살기를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부싸움 잘하는 10가지 방법



1. 내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싸움의 기본입니다.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요. 당연히 부부관계에서 더 중요하겠죠? 완고하게 대항하거나 나의 견해만 정답이라고 고집해서는 영양가 있는 싸움을 하기 어렵습니다.


2. 한 번에 하나의 문제만 다룬다.
지난 문제를 끄집어내거나 현재의 갈등을 다른 주제로 확장시키면 그 싸움은 결론이 날수 없습니다. 당연히 잘 싸울 수도 없는 셈이죠. 잘 싸우기 위해선 갈등이 시작된 문제에만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 갈등은 두 사람만으로 족하다.
내 변호인인 친구나 친척을 끌어들이지 마세요. 당장은 아군의 증언이 상대를 혼내 줄지 모르겠지만, 결국 나와 상대방의 싸움은 끝나지 않게 됩니다. 영화 속 술집에서 두 사람의 싸움이 술집 전체로 번지는 장면, 본 적 있으시죠? 더 이상 두 사람의 싸움이 아닙니다. 당연히, 배우자의 친인척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나 "심지어 당신 어머님은..." 이런 방식의 대화는 그곳을 유례없던 투견장으로 만들 것입니다.


4.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배우자를 존중한다.
배우자를 인격적으로 모독하거나 홀대하는 것은 문제를 크게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눈에 당신을 작아 보이게 합니다. 남녀 모두에게 마찬가지입니다.


아빠가 엄마에게 욕해서 이겼어!


5. 끝나기 전까진 물리적, 정신적으로 싸움에서 떠나지 않는다.
상대에게 맞기 싫거나 혹은 때리기 싫다고 링을 뜨는 선수가 있을까요? 싸움이란 게 그렇죠.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딴 데를 보거나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싸워보면 분통이 터져서 자리를 뜰  수밖에 없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정 나가야겠다고 결정했다면 상대방에게 바꿀 기회를 주세요. 예를 들어 "난 당신의 그런 말투가 싫어. 내게 공손히 이야기해 줘. 그렇지 않으면 자리를 떠나겠어"라고 먼저 얘기하는 거죠. 당장은 바뀌지 않겠지만 싸움이 반복되면 최소한 자리를 뜨게 되는 문제는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6. 서로 만족할만한 장소와 시간에서 싸운다.
예를 들어 싸울 때마다 감정이 극히 격렬해진다면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만나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아마도 집보다는 좀 더 사회적인 긴장감이 있는 곳이니 입에서 나오는 데로 뱉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반대의 예로, 알코올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는 싸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7. 위협하지 않는다.
배우자를 물리적으로 위협하거나 불안감을 이용하지 마세요. 위협하는 순간부터는 싸움이 아니니까요.


8.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그 이야기를 들으세요. 대부분의 '못 싸우는'사람들은 상대방이 얘기할 때 자신의 항변을 정리합니다. 그래서 마치 엇나가는 펀치처럼 계속 흐름에서 벗어나는 얘기를 하게 되는 것이죠. 설령 내 입장이 있다고 해도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보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 싸움법입니다.


"어어어. 다 듣고 있어. 진짜라니까."


9. 경멸하는 표현, 일반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당신은 아이를 데리러 가는데 언제나 늦어", " 넌 너무 이기적이라 네 생각만 해"라는 말보다 "당신은 오늘 아이를 데리러 가는데 20분이나 늦었어"라는 말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 상황만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 당신은 언제나…" "당신은 절대로…"라는 식의 말로 일반화하면, 당연히 상대가 나의 기대만큼 변하기도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주세요.


10. 휴전을 알리는 수신호를 정한다.

갈등이 커져 비생산적인 말이 넘치기 전에 중단할 수 있는 신호를 정해 보세요. 가령 양 손을 든다던지 하며, 서로 정해놓은 신호를 보내면 5분간 싸우는 것을 멈추는 거죠. 실질적으로 가장 도움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여보, 일단 5분간 휴식!" (내 신호를 받아랏.)


* 출처: Helping children cope with Divorce Parent Coflict and Cooperation



좀 공감이 되시나요?


최고의 싸움꾼은 싸우지 않고도 이긴다, 라는 말이 있죠.


안 싸울 수 없는 게 우리의 관계라지만,

싸우는 방식을 잘 정리하면 적어도 불필요하게 싸우는 시간은 줄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는 참 많은 '좋은 말'들이 있습니다.

이 글 역시 좋은 말을 담고 있죠. 그런데 너무 많아서일까요. 좋은 말일수록 좀 질리기도 하고 그만큼 머릿속에서 빨리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글을 읽을 때 기억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뇌가 작아서인지 결국 다 까먹더라고요. 한 번 읽어봤으면 됐죠 뭐. ㅎ


그럼에도 2~3가지는 다시 읽어보고 실천해보는 편인데요.

예를 들어 위 내용 중에서는 1, 9, 10번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1. 내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9. 경멸하는 표현, 일반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10. 휴전을 알리는 수신호를 정한다.


특히 10번은 바로 실천해볼 수 있으니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꼭 부부관계가 아니더라도 절친한 친구나 애인 사이에서도 의미 있는 내용인 것 같아요.


관계라는 거, 내 인생만큼이나 뜻대로 안되지만 그렇게 움켜쥐고 걸어가는 게 곧 내 인생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오늘 '우리만의' 신호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사이 좋을 때 정하자. 우리 신호는 말이지."







왕고래입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소심합니다. 사람에 대한 글을 씁니다. 어릴 적, 꿈을 적는 공간에 '좋은 기분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아직 변하지 않았습니다. 


· 심리학자 다방 창업기 <심리로 봉다방>: https://brunch.co.kr/@symriro/3

· 영화 속의 심리를 찾아 <심리로 영화관>: https://brunch.co.kr/magazine/symriro1

· 소심한 이들에 대한 찬가 <소심해서 좋다>: https://brunch.co.kr/magazine/symriro10

· symrir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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