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회사는 낮과 밤이 다르다.
낮에는 묵언수행을 하는 사찰처럼 고요하고 밤에는 그중 몇몇이 슬그머니 입을 연다. 조금 더 살갑게. 그렇게 낮과는 다른 낯으로, 서로를 드러낼 수 있는 회식 자리가 열린다.
“소 닭 보듯 해도 좋은 사람들이에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회사 대표가 했던 말이다. 서로 무심한 것 같아도 다가가 보면 좋은 사람들이니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고 했다.
사무실은 마치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적인 대화 따위는 들려주지 않았다. 존재하는 소리의 대부분은 업무에 관한 의논 정도. 누군가의 표정이 필요 이상으로 확장되는 일은 없었다. 회의를 몇 분 앞두고 여럿이 주고받는 대화도 오늘의 날씨, 회의에 대한 주제, 누가 아직 안 왔는지, 의자가 더 필요한지, 헤어스타일이 크게 바뀐 사람이 있으면 “어, 머리가 바 뀌셨네요”, “아, 네, 조금” 정도가 전부였다. 나는 정말 사적인 교류가 없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삼삼오오 사무실을 나가며 대화를 하는 무리가 보였다. 평소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침묵에 익숙해 보이던 그들은 친한 직원과의 대화에서는 좀 더 풍요로운 표정을 드러냈다. 생각해 보면 그들 모두 업무 공간에서의 제한적인 느낌과는 다른,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그걸 나눌 대상이 적을 뿐.
그렇게 공적인 침묵 속, 은밀한 교류가 오가는 것이 이곳의 낮 풍경이다. 가깝지 않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일은 없다. 나 역시 그게 편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업무 외적인 대화의 대부분은 메신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신과 가까운 직원에겐 최근 안부를 묻거나, 저번에 준비하던 일은 잘됐는지 등을 묻는다. 오늘 옷이 잘 어울린다거나, 최근 애인과의 사이는 어떤지 등 좀 더 과감한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한다. 나 역시 서서히 안면을 익히며 인사하는 직원이 늘어갔고, 어느 날 좀 더 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직원이 한 명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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