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일 있어?

체하게 만드는 위로 III

by 왕고래


알람도 울리기 전에 눈이 뜨인 날이었다.


늘상 눈가에 머물던 시큼거림도 없고, 세수를 하자 그 개운함이 두 배가 됐다. 거울 속엔 어쩐 일인지 이목구비가 분명한 게 사람다운 얼굴이 있다. 보고 맡고 맛보는 기능 외에 그 어떤 미적 요소도 없던 덩어리였는데, 내 것이 맞나 싶다.


평소보다 시간도 넉넉해서 옷 선택에 공을 들여본다. 사람들이 저녁 약속 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지? 생기지도 않을 일에 고민을 더하며 출근!


까닭 모를 설렘은 회사까지 이어졌다. 넘치는 의욕에 책상을 정리하고 키보드도 닦으며 개운한 기분을 유지한다. 다른 직원이 출근하다가 인사를 건넨다. 내가 화답하자 그가 걱정스러운 낯빛을 띄우며 묻는다.


“그런데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컨디션 최고다.


하지만 질문에 맞는 답은 아닌 것 같았다. 없던 고민이라도 만들어볼까 작은 뇌를 굴리다가 대답한다.


“오늘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좀 피곤한가 봐요.”



안색이나 외모를 마치 안부인사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비범한 영안靈眼이 있는 것인지, 활짝 웃는 상대의 얼굴에서도 심연의 그늘을 건져내고 기어코 그 이유를 묻는다. 이 질문이 말 그대로 걱정, 좀 더 양보해서 인사의 역할을 하면 좋으련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당신의 외모에 부족함이 있다'로 들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은 이들은 얼굴이나 행색이 그 모양인 이유를 얘기하곤 한다. '아 정말요?'라며 자신의 얼굴을 어딘가 비춰보는 이도 있다. 손거울을 꺼내서는 어떤 부분이 그렇게 보인거지? 라며 찾아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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