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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30. 2019

처음 떠나 본 혼행

전국을 그렇게 돌아다녔지만 혼자  멀리 여행을 가본 적은 없다. 혼자 간 곳이라고 해봐야 여의도 샛강이나 올림픽공원 정도다.  작은 딸은 혼자서 유럽여행도 척척 다니건만 엄마인 나는 혼행이라고는 국내도 겁이 난다. 


연일 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이 모처럼 깨끗하고 오늘따라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유난히 아름다워 엉덩이를 들썩이다가 드디어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인천 3형제섬인 신도 시도 모도다.  동호회 사람들과 한 번 간 적이 있던 곳으로  겨울의 모습이 사뭇 궁금했다. 특히 11 킬로미터 정도 걸으며 각기 다른 세 섬을 돌아볼 수 있고 배도 한 번 타고 들어가기에 당일 여행 코스로 완성 맞춤이다.



블로거들이 올린 설명을 따라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공항철도가 영종도로 들어갈 때 펼쳐지는 진득한 갯벌을 바라보며 멋진 장면을 담아올 것 같은 예감에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그 섬들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라고는 모도의 조각품들을 찍고 왔던 기억뿐이기에 신도의 산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 모습이 궁금했다. 11킬로미터를 걷는다는 것이 솔직히 걱정이 되기는 하였지만 가다가 못 가면? 뭐 택시 타지 뭐! 가다가 쉬고 또 가다 보면 까짓 거 갈 수 있겠지.


공항철도 운서역에 내려 삼목 선착장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 한적하고 깨끗한 운서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삼목 어쩌고 말하면서 정류장을 기웃거렸다. 나는 자신 있게 

"~번 버스 타시면 돼요. 저도 그곳으로 가거든요"

여자 혼자 간다는 것이 이상했는지 계속 힐끗거리는 눈길 속에서도 나는 자신 있게 앞만 보고 있었다. 드디어 버스를 탔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겨울이고 바닷가여서 인지 옷깃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꽤나 차갑다. 


썰렁한 매표소 안으로 들어서자 매표소 여직원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신도 가려하는데 신청서 먼저 작성해야 하나요?"

"오늘 갔다가 오늘 오실 건가요?"

"네"

"오늘 바람이 세서 12시 이후로는 배가 뜨지 않습니다."

"...."


아니 파도도 일지 않건만, 내가 여기까지 어떤 마음으로 며칠이나 망설이다가 왔는데...  여행 초보는 배로 가는 여행은 배가 뜨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름 태풍이  온 것도 아니고 그리 바람이 센 것도 아닌데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처음 시도한 혼행은 허탈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타고 가는 버스가 인천역도 가기에 차이나타운이나 북성포구로 목적지를 바꿔볼까 하다가 갑자기 진이 빠져버려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다. 공항 철도에는 해외여행을 떠났다 오는 사람들로 모두 커다란 가방을 앞에 놓고 있다. 빈자리가 있어 백팩을 내리며 앉으려는 순간 여학생들이 내 자리를 밀치고 들어왔다. 아니 세상에 아줌마도 아닌 여학생들이 내 자리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상했던 터라

"어머 얘 좀 봐!"

그러나 그 여학생은 눈도 꿈적하지 않은 채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인지라 그 여학생을 째려보기 시작했으나 "내가 뭘?" 하는 눈초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게임에 빠져 있는 여학생.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그 옆사람이 내렸고 나는 그녀 옆에 앉기도 싫었지만 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녀 옆에 앉았으나 분노로 심하게 방망이질을 쳐대는 가슴을 꾹꾹 가라앉혀야 했다.



세상은 많이도 변했고 나는 소심한 아줌마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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