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프롬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그의 어머니의 왕생극락을 빌기 위하여 건립한 사원이나 오랜 방치로 거대하게 문어발처럼 뻗어나간 스펑나무는 집어삼킬 듯 석조건물을 내리누르고 있다. 생명력의 경이감이라기보다는 뱀처럼 건물을 감싸고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두려웠다. 커다란 석조건물은 지금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무너져 내린 돌덩이들은 푸른 이끼로 뒤덮인 채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왜 저대로 방치하는 것일까? 자연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폐허의 미학을 위하여? 제대로 복구가 되지 않은 사원은 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들어갈 수조차 없는 공간도 있다.
거무스름하게 변해버린 웅장한 석조물 앞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피땀을 흘리며 사원을 만들어 낸 사람들, 유물을 지켜내지 못하고 사라진 나라 그리고 순박하게 유물을 방치하며 살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 아니 방치가 아니라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평이하지 않은 모습에 관광객들은 강한 충격과 색다른 감동을 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이상 기후가 계속되는 요즘 자연은 우리에게 수시로 경고한다. 만물의 주인이라고 뻐기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미미한 존재가 되고 마는지를! 스펑나무가 크게 내 눈앞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