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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27. 2019

낙가산 보문사

오늘의 목적지는 보문사다. 서울의 서쪽에 사는 우리는 차가 막히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여 주로 강화 쪽이나 자유로를 타고 북쪽으로 드라이브를 가곤 한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햇살이 따뜻해질 무렵 눈썹바위에서 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동안 찾은 지 오래되었는지 흙먼지 날리며 가던 강화도 길이 꾀나 넓어졌고 새로운 길도 생겨 쉽게 강화도에 도착했다. 


눈 앞에 보이는 석모도에 가기 위하여 외포리 선착장에 차를 대놓고 줄을 길게 서야 했으나 어느새 연육교가 놓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왜 다리가 놓이지 않는 거야" 라며 수도 없이 불평을 해왔건만 자동차로 달려 다리를 건너가 버렸을 때 편리 해졌다기보다는 석모도를 찾는 낭만이 사라진 듯했다.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줄 수도 없고 선착장에서 밴댕이 회 한 접시 먹을 시간 조차 없다. 꼭 닫힌 외포리 횟집들이 차가운 겨울바람 탓인지 더욱 썰렁하게만 보인다.


남해 보리암과 낙산사의 홍련암 여수 향일암과 함께 4대 해수 관음 성지로 꼽히는 낙가산의 보문사는 경관이 수려하여 관광객들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기에 기도를 하면 가피를 잘 받을 수 있다 하여 불자들이 소원성취를 위하여 찾는 곳이다.  경내의 큰 법당보다도 굴법당과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나는 마애불이 있어 좋다.




석모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절 앞에서 행상하던 할머니들은 오늘은 무엇을 가지고 나오셨을까?  집에만 있던 내가 그 가파른 계단을 오를 수는 있을까? 아직도 바삭바삭한 새우튀김을 팔고 있겠지? 그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다리가 놓인 후로 절로 가는 길이 바뀌었다. 꼬불꼬불 산길을 타고 가는 멋은 사라지고 해안도로를 타고 달렸다. 드디어 도착한 절 입구에는 온천이 개발되었는지 많은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르느라 가빠진 숨을 고르며 경내를 둘러보니 그동안 증축을 하였는지 절이 많이 확장되었다. 500 나한상과 와불 전이 들어서는 바람에 굴법당이 파묻혀 잘 보이 지를 않는다. 고즈넉하던 절이 변했다.






힘든 계단길을 오를 때 자애로운 마애불의 미소를 바라보며 힘을 내었고 마지막 가는 길 끝까지 그 미소를 바라보며 힘을 얻어 갔건만 새로 세워진 소원 등 때문에 마애불이 보이 지를 않는다. 도대체 누가 저곳에 등을 달았을까? 답답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절뚝거리며 그 꼭대기까지 올랐다. 역시나 확 트인 시야로 들어오는 바다의 모습은 답답하고 서운했던 가슴을 순식간에 뻥 뚫리게 하고 툴툴거리던 나의 입 꼬리를 양 옆으로 벌어지게 하였다. 내가 보문사를 찾는 이유는 이 광경을 보기 위해서다. 





해넘이를 보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하산하여 새우튀김과 함께 인삼 막걸리를 마시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먹는 고소한 튀김과 진한 강화 인삼막걸리의 맛은 여전하다. 그 옛날 이곳에 왔다가 아이들 생각이 나서 튀김을 사간 적이 있다. 그날은 유난히 차가 막혀 기름 냄새가 차 안에 진동하는 바람에 집에 도착하도록 남편에게 구박을 받았던 바로 그 새우튀김이다.



썰물로 드러난 광활하고 진득한 갯벌을 담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을 때 드디어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매일 맞이하는 해넘이 건만 오묘한 환희에 젖어들었다. 중천에 떠있던 해가 수평선 근처까지 오는 시간은 그리도 오래 걸리더니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반짝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금세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만다.  

아쉬운 마음에 쉽게 떠날 수가 없다. 멋진 해넘이를 보아서인지 술 한잔의 취기 때문인지 벅찬 행복감이 몰려왔다. 캄캄한 어둠 속에 반짝이는 가로등이 로맨틱하게 보이고 말없이 옆을 지켜주는 남편이 오늘따라 더욱 든든하다. 많이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나 역시 보문사는 내 마음의 안식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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