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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Feb 08. 2019

해신당의 추억

"우아 아악 어떡해 어떡해"

"왜 왜?"

"삼각대 꼬다리 안 가져왔어"

도대체 덜렁거리는 것에는 남에게 지지를 않는다. 지난번 출사 때는 배터리를 하나밖에 가져오지 않아 연사로 찍지를 못했는데 이번에는 열심히 ND 필터에 배터리에, 눈이 많이 올 것을 대비하여 아이젠, 패치까지 준비해 왔건만 망원렌즈에 붙여놓은 꼬다리 떼어오는 것을 잊었다. 

우리가 해신당을 찾는 이유는 장노출을 찍기 위함인데...



해신당에 들어서자 다른 일행들은 곧바로 바닷가로 직진했다. 해가 중천에 떠있건만 고성능 ND 필터를 모두 가져왔나 보다. 애써 마련한 필터와 삼각대는 고스란히 가방 안에 놔둔 채 딸랑 카메라만을 들고 나섰다. 

"야, 여기 여자들이 좋아하는 곳이네~"

킥킥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말 한마디에 나는 얼른 가던 길을 바꾸어 바닷가로 향했다.



눈이 온 탓인지 약간 차갑기는 했지만 깨끗한 푸른 하늘과 너울대는 파도가 상했던 기분을 맑게 바꾸어 주었다. 그까짓 사진이 뭐라고 바위마다 위험천만하게 사람들이 매달려 끝없이 몰려오는 파도를 담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여기저기 다니며 몇 컷 담고는 그저 멍하니 밀려오는 파도만 바라보았다.



몇 년 전 시부모님을 모시고 삼척 여행을 온 적이 있다. 바다 열차도 태워 드리고 삼척 대금굴에도 들어가고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는 모노레일까지 태워 드리니 두 분은 너무 행복해하셔서 우리 부부는 그저 열심히 두 발로 모노레일 바퀴를 돌려야 했다. 서울에 올라가기 전 마지막 코스로 택한 곳이 해신당이다. 그때 나는 해신당이 그저 전망 좋은 공원인 줄 알았다. 공원을 오르기보다는 내려오기가 편하다기에 위쪽에 주차하고는 휠체어를 끌고 모셔야 하는 어머니는 남편이, 두 발로 여기저기 다니시기를 좋아하는 아버님은 내가 맡기로 하고 따로 다녔다.



아버님 팔짱까지 끼고는 전망 좋은 바닷가로 내려갈 때 까지는 몰랐다. 초가집 같은 것이 있어 궁금하여 아버님과 같이 들여다본 순간 둘 다 얼음이 되고 말았다. 팔짱 낀 팔을 슬그머니 빼고는 "크흠!" 하시며 앞서 가시는 아버님의 뒤를 그저 졸졸 따라가야만 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담~"

그리고 이어지는 장승들의 해괴한 모습들에 아버님은 연신 큰기침을 하셨고 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 왜 그다지도 공원 길이 길었던지! 중간쯤에 잠시 쉬어 가시라고 권한 의자도 알고 보니 남근석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일행 중 한 사람이 다가오며 

"뭐 좋은 일 있어요?"  혼자 웃고 있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남자인 그 사람에게 또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 그저 웃을 뿐. 

어느새 복수초가 눈 속에 피어났다


어느새  내린 눈이 녹아 떨어지고 있다. 올해는 왜 이렇게 눈이 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폭설이 내린다기에 밤새 달려 간 강원도에서 설경은커녕 텅 빈 메모리카드만 가지고 돌아왔으나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바닷바람 쏘인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아버님의 기억 속에는 해신당이 어떻게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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