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Apr 09. 2019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

밀라노 공항에서 버스로 한참을 달려 만나게 되는 알프스 산맥 아래 너른 대지는 어느새 봄기운으로 누런 대지가 녹색으로 덮였다.  해안도로에서 잠깐씩 그 모습을 보여주는 지중해 해변 마을은 정녕 바다이기는 한 것인지 잔잔하기 이를 데 없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평화로운 모습에 빠져 사진을 찍으며 벌써부터 가슴이 일렁인다.




낮은 산자락 위에 자리한 프로방스 마을은 그림과 같다.  주황색 지붕 때문인지 안락한 분위기에 어디에선가 동화 속 주인공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우리나라에는 봄소식을 개나리가 전하는데 이곳에는 미모사가 푸른 나무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이 '모나코 공화국'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2평 방 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세계에서 바티칸시국 다음으로 작은 나라다. 

모나코는 이태리어로 '수도승'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3세기 제노바 왕국의 그리말디라는 가문이 수도승으로 변장한  군사를 이끌고 가서 왕궁을 함락시켰으나 개인 병사로는 나라를 유지할 수가 없어 제노바 왕국에 뺏겼으나 다시 돈을 주고 사게 되었다. 

그리말디 귀족(프린스)이 통치하게 된 이 땅은 그 후로도 주변국에게 많은 침략을 받게 되자 1862년도에 프랑스와 조약을 맺어 프랑스가 군사적으로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현재 땅 이외의 땅을 프랑스에게 헐값으로 매도했다.

모나코는 158 여개의 나라에서 온  3만 8천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그중 8천 명 만이 모나코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시민권을 따기가 엄청 어렵지만 시민이 되기만 하면 세금도 없고 시민아파트를 정부로부터 무이자 대출을 받아 70년이라는 기간 동안 살 수 있다.

1867년에 건립한 카지노에서 나오는 관광수입이나 금융중개수수료가 이 나라의 주요 수입원이고, 슈퍼부자들이 이곳에 모여드는 이유는 수입에 대한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모나코가 어려웠던 시절  레니에 3세가 미국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함으로써 세기의 주목을 받게 되고 관광객을 결혼 이전의 몇 배로 끌어올린 뒤 당당한 부자 나라가 되었다. 


미화 2달러를 선물 받은 뒤 모나코 왕비가 되어 2달러를 행운의 상징으로 만든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5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어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에서 다시 비련의 주인공으로 남게 되었다.





카지노와 항구 외에도 아기자기한 골목 사이사이에는 아기자기한 쇼핑가와 유럽 특유의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하는 선인장 정원에는 작고 예쁜 봄꽃들이 다투어 바다를 향해 앙증맞게 피어있다.



해양 박물관


학창 시절, 우울한 날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팝송 '28도 A L'ombre'를 즐겨 들었었다. 파도소리와 함께 장 프랑소와 모리스의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모나코'하며 시작되는 내레이션과 속삭이는 듯한 여가수들의 화음에 나의 가슴은 가사 내용도 잘 모르면서 터져버릴 것만 같았었다. 


모나코! 한 없이 뜨거운 28도 그늘에서 세상엔 오직 우리 둘 뿐

모든 것이 푸르렀고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그대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고 태양은 드높았지요

그대를 어루만지는 내 손은 뜨거웠지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를 안아주세요

나는 행복하답니다....


와우!! 이런 내용이었다니!


굵고 짧고 멋지게 살다 간 그레이스의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모나코의 해변과 장 프랑소와 모리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모나코의 정경은 앞으로도 한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흐가 사랑한 아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