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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pr 21. 2019

부부로 산다는 것2

"아니 의부증 환자예요? 그걸 왜 보고 싶어 해요?"

배우자의 휴대폰을 봐도 되냐 안되냐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스튜디오가 들썩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 휴대폰을 뒤적이다 암호가 걸린 것을 보고는 크게 부부싸움을 하였다는 여자 연예인에 대한 남자 출연자들의 공격이 이어진다.


부부란 어떤 관계일까? 

모든 가족 관계에 촌수가 있으나 부부에게는 촌수가 없다. 촌수를 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여서? 아니면 도장 하나로 어느 날 남이 될 수 있는 사이여서?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부란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하물며 아이들 휴대폰까지도 함부로(?) 봐서는 안된다고 외치는 출연자들까지도 있었다.



오래전 알던 대학 동창이 우리 동네에 커다란 국숫집을 한 적이 있다. 동창이란 것을 안 뒤로 왕래가 잦아지고 어느 날 친해진 그 와이프와 나는 식사 약속을 하고 둘의 일터를 떠나 호젓한 곳에서 만남을 가졌다. 서로 가게를 하고 있었기에 잠시라도 짬을 내어 그 동네를 떠나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만난 지 한 시간이나 되었을까?  20분마다 걸려오는 동창의 전화, 분명 나와 만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수시로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아넘겼다.

"아니 가게에 무슨 일 있어? 빨리 가야 되는 거 아냐?"

"아녜요. 원래 혼자 외출하면 늘 전화해요"

내가 보기에는 미모의 와이프에 대하여 의처증 증세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을 괴롭게 받아들이지 않고 쾌활하게 넘기는 그녀의 태도에 더 놀랐다. 배우자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냥 아무렇지도 받아들이는 그녀 덕분으로 그 동창은 의처증 환자라는 오명도 받지 않은 채 원만하게 부부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루는, 9시나 되었을까?

벌건 얼굴로 분이 채 식지도 않은 채 빵가게를 찾아온 어떤 손님.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꼬리를 잡으려고 남편 휴대폰을 보다가 대판 싸우고 가게에 찾아온 것이다. 한참을 들어주고 같이 욕도 해주고 난 뒤에야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몇 개월 뒤, 머리 훌렁 배 뿔뚝나온 남자와 멀찌감치 떨어져 걸어가는 그녀를 만났다. 아마도 남편인 듯했다. 그녀를 괴롭혔던 남자. 그녀는 정말 의부증이었을까?



수명도 길어져 100세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30대에 결혼했다 해도 50년 이상을 한 사람과 살아가야만 한다.

어찌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고 자기 배우자만 예뻐 보일 수 있을까? 때로는 외도도 할 수 있고 잠깐의 일탈도 꿈꿀 수 있겠지만 최소한 들키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 배우자에 대한 배려다. 배우자가 의심스러워한다면 맘껏 보여주고 그 의심이 사라지게 하면 된다. 그것이 자신이 없다면 오로지 자기 배우자만 쳐다보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연골판이 찢어지는 바람에 두문불출하며 지낸 시간이 두 달. 모처럼 여유를 찾은 남편은 오늘도 외출 중이다. 

스페인에서부터 마누라 수발하느라 고생하였기에 흔쾌히 다녀오라 하였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술자리 외에도 친구들과 도초도까지의 낚시여행에 안양천 꽃구경,  등산까지...

혹시나 하는 의심병에 PC카톡을 열어보니 어느새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다. 감출 것이 무엇이기에 비밀번호까지 바꿔야만 했을까?

나도 의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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