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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04. 2019

부부로 산다는 것3

내게 최고

남편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신영내'라는 세 글자가 바로 나다.  나의 휴대폰에는 '자기야'라고 저장되어 있건만... 

 "아니 하트 뿅 뽕도 없이 도대체 이게 뭐야? " 

주위에서 맨날 남편 이야기만 하고, 남편만 바라보는 이상한 여자 취급받아 그렇지 않아도 억울한데 우리 남편이 나를 생각한다는 것이...

 "아 그래? 그럼 뭘로 할까?"  이것저것 생각하더니 그날부터 그의 휴대폰에 나는'내게 최고'가 되어 버렸다. 도대체 멋이라고는 쓸데가 없는 이과생 같으니라고... 도대체 하고많은 미사여구를 제치고 내게 최고는 또 뭐야!



하지만  요즘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남편의 인기는 최고였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기에 매일 병원에 출퇴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꼼꼼한 성격에 이것저것 챙겨주는 모습은 주위 환자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다. 더군다나 수술 후 3,4일 동안 통증으로 뒤척일 때 남의 시선 무시하고 열심히 주물러주는 그의 모습에  건너편 아주머니는 그녀의 남편에게 전화해서는 서운함을 마구 퍼부어대었다. 그녀의 남편은 바쁜지 퇴근 후 잘 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 아주머니는 우리 남편만 오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더욱 으쓱해하며 

"어디 아파? 내가 더 주물러줄까?" 그제야 나는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우리 두 환자가 그렇게 시샘을 내고 있을 때, 강남에서 슈퍼마켓을 한다는 또 다른 여자는 전혀 관심 없어하더니 마지막 퇴원하는 날은 아들에게 퇴원을 부탁하였다. 그런데 그 무심한 아들 녀석은 퇴근시간에 차가 너무 막혀 못 오겠다는 전화만 딸랑. 그녀는 혼자서 주섬주섬 짐을 챙기더니 간다는 말도 없이 병실을 나가버렸다. 아무리 바쁘다지만 입원 내내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던 그녀의 남편 또 그녀의 아들들. 

나는 그 병실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였다.


퇴원 후에도 밤에 끙끙대면 영락없이 나의 다리를 주물러주던 남자가 바로 내 남자다.  결혼한 지 33년 만에 처음으로 받는 남편의 극진한 대우.  직장 생활할 때 한밤중에 두 딸의 우유를 한 번도 먹여보지 않았던 사람, 특히 첫째 딸 임신하여 만삭의 몸으로 야근을 하다가 

"좀 데리러 와주면 안 될까?"라는 전화에 

"택시비 줄게 택시 타고 와"라고 말하던 인정 없는 남자였다.

남편도 나이가 든 것일까? 이제야 마누라 소중함을 알게 되었나? 아니면 할 일이 없어서?


며칠 전 그동안 못 본 드라마를 안방에서 돌려보고 있을 때 거실에 있던 남편이 놀라 뛰어와서는 " 또 아파?" 하며 물었다. 이궁~ 아픈 게 아니라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를 보며 나도 모르게 소리까지 내며 울었나 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살며시 문을 닫고 나가는 남편이 그때까지만 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제주도 발령이 나서 내려간 지 어느새 일주일. 적막한 집안에서 내가 할 일이라고는 먹고 자는 것뿐이다. 남편과 사소한 일로 퉁탕거릴 일도 없고 삼식이 밥 차려줄 일도 없는데 자유롭다기보다는 옆구리가 허전하다. 7월 15일까지의 단기 발령이라 그 날짜에 맞춰 두 달만 원룸을 임대할 예정이라 15일쯤 내려가려 한다.

곁에 없고 나서야 느껴지는 소중함 '내게 최고'라는 단어는 내가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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