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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03. 2019

병원 의사들

양방과 한방

"아 좀 어떠셨어요?"

항상 밝은 목소리에 홀더 인사를 하는 의사 선생님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수술하고도 2,3일이 지난 후부터였다. 유난히 병원 스텝들이 친절하다고는 느꼈으나 그중에 으뜸인 것은 나를 수술해주신 선생님이었다. 그로 인하여 선생님이 회진이라도 돌 때면 반백을 넘긴 환자들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을 반가워했고 어릴 적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듯 여기저기 아프다며 응석(?)을 부린다. 아니 절대로 응석이 아니다. 진짜로 많~~ 이 아프다. 그럴 때마다 한 번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다정하게 받아주시는 선생님의 인기는 병원 내에서 최고였다. 나도 별 다섯 개를 주고 싶은 선생님이다.


그에 비하여 사고 첫날 찾았던 목동의 어떤 정형외과 의사는 정말로 희한한 사람이다. 발을 디딜 수가 없어 겨우 진료실로 쿵쿵거리며 들어간 나를 잔뜩 찌푸린 눈빛으로 보더니 내가 사고 경위를 이야기하자,

"그전에 엑스레이를 찍었거나 아파서 치료받은 적 있어요?"

"한의원에서 가끔 무릎이나 허리에 침을 맞곤 했어요"

그 남자는 갑자기 그것은 치료라고 할 수 없다며 성을 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요일이라 엑스레이 촬영도 불가하니 약이나 먹으라며 처방전 한 장을 던지는 것이다. 나는 그 병원을 나오면서도 도저히 그 의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나한테 저렇게 화를 내는 거지?  한의원만 다녀서? 

처방전 약은 먹어도 전혀 효험이 없었고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병원을 다시 찾지 않았다.



한방과 양방의 보이지 않는 싸움. 한방에서는 무조건 칼을 대는 양의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양방에서는 침 하나로는 어림도 없다고 큰 소리를 친다. 그 사이에서 우리네 환자들은 때론 한의원으로 때론 병원을 찾는다. 동서양 의학이 화합하여 같이 치료를 병행한다며 시너지 효과가 나오련만...


몇 년 전 왼쪽 무릎의 연골판이 깨져 보라매병원에서 수술 전 검사를 다 받고 수술 날짜까지 잡은 적이 있다. 그러나 한의사인 조카의 만류로 수술을 취소하고 말았다. 그때 그냥 수술을 했더라면 그 뒤로 왼쪽 무릎이 아프지 않았으려나? 이번에 깨진 오른쪽 무릎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수술을 하고 말았다.


수술 후 통증으로 자주 가던 한의원을 찾았을 때 그 한의사는 수술하셨냐고 묻지도 않은 채 아픈 고관절과 허리에 조용히 침을 놓아주었다. 이궁 왜 우리 환자들이 의사들의 눈치를 이렇게 봐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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