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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24. 2019

비 오는 날, 서귀포 즐기기

작가의 산책길, 기당미술관, 천지연폭포, 새섬, 정방폭포

비 오는 날의 외출은 호불호가 갈린다.  우산을 써야 하고 비에 젖은 옷 때문에 축축하고 찜찜한 기분이야 있지만 희뿌연 안갯속을 거닐 때의 두근거림, 타다닥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길을 걸을 때마다 들리는 찰박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좋다.



꽃잎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물방울은 또 얼마나 예쁜지...


감귤꽃(우)



제주까지 내려왔는데 비가 온다고 방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해안길 드라이브나 빗길 뚜벅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 또는 실내 테마파크를 도는 것도 좋다. 물론 미리 할인쿠폰을 챙기는 것은 필수!


삼매봉 정상 가까이 지어진 기당 미술관은 재일교포 사업가였던 기당 강구범 선생이 건립하여 서귀포시에 기증한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2개의 전시실로 나뉘어 있고 유명 작가들의 회화 조각 공예 서예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상설전시관에는 '제주화,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변시지 화백의 작품과 기당 선생의 친형인 서예가 강용범의 서예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변시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공모전에서 23세의 나이에 최고상을 수상한 화가이나 일본 미술계를 떠나 귀국한다. 새로운 서구의 양식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한국 화단의 분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양의 전통미에 흥미를 가진 그는 본인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제주의 풍토에 빠져 황톳빛 바탕과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제주화를 탄생시켰다. 작렬하는 태양과 바다 말 소나무 초가집 등 제주인의 삶을 관조해야만 나올 수 있는 독특한 그림들이다.



변시지 화백의 작품


현재는 '바다가 보이는 기당 정원'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제주의 난개발과 바다 쓰레기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생태미술이 부각되고 있다. 바다와 육지의 생태가 사람의 생태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영향을 받는다 라는 생각하에 한 번쯤은 되돌아보자는 의도가 들어 있다.


이승현의 피쉬본 제주라는 작품으로 실제 생선을 골격 염색 후 약품 처리한 작품


헝겊 위에 실제의 담쟁이 식물을 키워 그것이 시들어 가는 것을 작품화 한 것


홍시야 작가가 바라본 제주의 풍경


강술생 작가와 하승연 작가의 협업으로  유기적인 리듬이라는 작품


엄마 아빠와 함께 그리고 즐길 수 있는 공간

비 오는 날의 폭포는 한층 운치가 있다.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동양 유일의 해안 폭포가 정방 폭포다. 제주의 까만 화산석으로 떨어지는 높이 23미터 폭 8미터의 폭포는 웅장한 소리와 함께 황홀한 장면을 보여준다. 중국 진나라 시황제가 동양의 삼신산인 한라산에 가서 불로초를 캐어 오도록 하였으나 불로초를 찾지 못하고 정방폭포의 절벽에 서불과지(徐巿過之)라는 글을 새기고 서쪽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다로 내려가는 입구에 있는 노송이 폭포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경관이 뛰어나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또 하나의 폭포가 천지연 폭포. 입구부터 각종 아열대 난대성 상록수와 양치식물이 우거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 밤 10시까지 야간 관광이 가능하므로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찾고 있다.




그 옛날 신혼여행 사진에서 빠질 수 없던 천지연 폭포의 포인트는 물에 잠겨 들어갈 수가 없다.


야외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고 그 위로도 작은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다.


1 킬로미터나 되는 계곡길은 비가 오는 날도 좋지만 더운 날 방문하면 울창한 숲길 속에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깊이 20미터의 못 속에는 무태장어가 살고 있다 한다.



서귀포항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제주 전통배 테우의 모습의 새연교를 넘어가면 새섬이 있다. 새가 많아 새섬이 아니라 초가지붕을 덮을 때 쓰는 새(띠)가 많이 자생하여 새섬이라 부른다. 해식애가 발달한 섬 안에는 난대림이 숲을 이루고 있다. 새섬은 국내 최대의 산호 서식지이자 해양생물들의 보금자리로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잠수함 투어를 하는 문섬이 지척에 있다


서귀포항에서는 문섬 아래의 바다 비경을 보기 위한 잠수함 투어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다.


날씨가 점차로 개자 잠수함 투어를 위하여 배를 끌고 가고 있다.


서귀포항과 새섬 주위를 도는 유람선


뮤직벤치에서 흘러나오는 조미미의 '서귀포를 아시나요'와 이미자 등의 가수가 부르는 구슬픈 뽕짝 가락은 새섬을 도는 내내 귓가에 맴돈다.



서귀포 패류 화석층은 해안 절벽을 따라 약 40 미터 두께로 나타나며 현무암질 화산재 지층과 바다에서 쌓인 퇴적암 지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도 형성 초기에 일어난 화산활동과 퇴적물들이 쌓여 생성된 퇴적층은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밤 10시까지 조명이 켜진 새연교는 야간 명소로 유명하다.


맑은날보다  더 좋은, 더 진한 감동을 안겨준 날이었다. 이제는 비를 기다리는 마음까지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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