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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15. 2018

조물주 위에 건물주!

                                                                                                            

"어머 쟤 주연이 아니니?"
"주연언니 맞네~ 빵집 차렸나 봐!"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TV를 켠 순간 낯익은 얼굴이 방송에 나오고 있었다. 빵집을 그만둔 뒤로는 직원들과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다.  반가운 마음에 유심히 방송을 보니 가게가 같은 목동 단지 인 듯했다. 다음날 부리나케 상가로 찾아갔다.

상가 뒤편,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지도 않은 작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가 거기에 있었다.
"주연아, 너 왜 그동안 연락도 안 했어?"
그녀는 통통하게 변해버린 나를 알아보지 못하더니  잠시 후 그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지지배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았었으면 진작에 전화라고 할 것이지!
빵집을 하던 시절 나는 그다지 돈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욕심을 부린다고 벌리는 것도 아니고 나에겐 
그저  일할 자리가 있으면 되었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은행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과 빵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건 손님들에게도 또 직원들에게도 나는 온 마음으로 대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나 보다. 가게를 그만둔 뒤로 전화 한 통이 없는 그들이 때론 미워지기도 하였다.  비록 다른 가게보다 많은 월급을 주지는 못했을지 몰라도 온 마음으로 대해 주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주연이다.

그녀는 SNS를 통하여 유명해졌나 보다. SNS를 하지 않는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먼저 선풍을 일으켜 그 작은 가게에서 대박이 났다. 그래서 생방송 투데이인가 하는 방송을 타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되고 말았다.  한참 동안이나 비어있던 가게였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가게를 열었는데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고는 대출 루트까지 가르쳐 주면서 보증금을 올려 받더니, 방송을 타고난 이후 다시 보증금과 월세를 왕창 요구했다는 것이다. 물론 2,3년 동안의 이야기가 아니고 한 해 사이의 일이다.

"사장님 저 가게 닫기로 했어요" 
"왜 어딘가에 도움을 청해 보지"

그녀는 이 동네에 온갖 정이 다 떨어져 홍대 쪽으로  나가서 젊은 사람들 상대로 장사하고 싶단다. 어마어마한 대출로 시작한다는 그녀가 걱정이 되었지만 내 딸도 내 맘대로 못하는 세상이니... 그리고 얼마 후 새로 오픈한 가게를 다시 찾았다. 먼저 가게보다 훨씬 빵집답게 깨끗하게 차려졌다. 또 빵맛이 좋은지 이곳에서도 빵이 잘 팔린다 한다. 그런데 높아진 인건비 탓에 10시가 지났건만 혼자서 다음날 만들 빵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모습, 저렇게 오래 견딜 수 있을까? 

모든 장사가 그렇겠지만 고정비가 많으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전 가게와 비슷하게 팔아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 한다. 사람을 더 쓰면 그만큼 인건비가 나가니 만만치가 않다. 예전처럼 다양한 빵을 만드는 동네 빵집들이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 떠났기 때문이다. 체인 빵집을 하거나 개인 빵집에서 단품 몇 가지 만을 만드는 것이 요즘 추세다. 운영을 잘 모른 채, 빵 기술만 가지고 빵집을 차렸다가 곧 문을 닫은 직원을 몇 명 보았기에 걱정부터 앞선다.

결혼도 하지 않고 빵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내온 그녀의 새 출발에 행운이 따르기를 간절히 빈다.
주연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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