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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Feb 18. 2022

내 새끼인지 개새끼인지

강아지

이 모두가 달콩이 너 때문이야!


달콩이가 우리 집에 온 지도 벌써 3 년 째다. 아직 만 16개월밖에 안 된 콩이는 우리 식으로 벌써 세 살이 되었다. 하얀 털에 눈코 입만 까만 콩이는 우리 가족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두 누나는 독립해 나가서 주말에나 겨우 볼 수가 있고 아빠는 아침 일찍이 회사에 가버리니 집에는 오직 우리 둘뿐이다.



강아지에게 즐거움이 뭐가 있을까? 그저 맛있는 것 먹고 재미있게 놀고 자주 산책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어쩌다 실내 배변을 잊어버린 녀석을 위해 아침에는 내가 저녁에는 남편이 꼬박꼬박 산책을 시켜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먹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렇게 종일 먹고 있는 줄을 몰랐다. 밥 먹고 차 마시고 과일 먹고 약 먹고 물 마시고... 그럴 때마다 그 녀석은 아주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참고 참으며 간식을 하나 둘 건넨 것이 그만 그 녀석을 뚱보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만 16 개월밖에 안 된 녀석은 벌써 슬관절에 문제가 생겼다. 하긴 처음 왔을 때 1.8 킬로그램이었는데 어느새 4.6 킬로그램이나 나가니... 수의사는 당장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고 두 딸은 전화만 하면 "달콩이 좀 그만 먹여!" 라며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가족들의 원망을 받으며 맛있는 간식을 주는 나를 배반한 것은 고 나쁜 녀석이다. 이 엄마의 간절한 부름과 시선에도 다른 가족들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이내 달려가서는 나를 못 본 체한다. 그럴 때마다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야이, 개새끼야!' 작은 딸은 "엄마 얘 개새끼 맞아. 그건 욕이 아니네~" 그 뒤로 나는 그 '개새끼'란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되었다. 너무 귀여울 때도 '개새끼' 애증에 섞여 시샘할 때도 '개새끼' 뭔가 스트레스가 쌓여 실컷 욕을 퍼붓고 싶은 날도 그 녀석을 쳐다보며 '개새끼'를 외친다. 그러면 옆에 있던 남편은 자기에게 하는 소리가 아님에도 움찔움찔하곤 한다. "아니 당신이 아니라 우리 달콩이~"



그런 나의 습관은 산책길에서도 무심히 튀어나오고 만다. 사회성이 좋은 우리 강아지는 사람을 봐도 다른 강아지를 봐도 그저 힘껏 꼬랑지를 흔들며 냅다 뛰어간다. 그러나 반기는 사람과 강아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럴 때면 "그만 가자. 재가 너 싫은가 봐" 하면 강아지 주인들은 한껏 미안해하며 "아니 우리 애가 사회성이 없어서요"하고 무안해한다. 물론 모르지는 않지만 나까지 서운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미 저만치 가버린 강아지 뒤통수만 바라보며 따라오지 않는 녀석의 줄을 당기다가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개새끼야 빨리 와아~" 물론 그 소리는 클 수밖에 없고 주변 산책 나온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지나간다.



어디 그뿐이랴. 요새는 매주 집에 오지 않는 작은 딸에게

"이 번주에는 집에 오니?"하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가 

"응 바빠서 못가"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개새끼 넌 나쁜 놈이야. 남자 친구는 만나고 이 엄마 아빠는 보고 싶지도 않냐"하고 황급히 쏟아내자 

"어머 나보고 개새끼래" 아이고 실수!

말이란 것이 한 번 뱉고 나면 쓸어 담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뒤늦게 사과하기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무식한 에미가 되고 말았다. 내가 요즘 자주 쓰는 '개새끼'라는 단어에는 오직 사랑과 애증만 담겼을 뿐인데...



한참을 PC 앞에 있는 내가 궁금했는지 콩이가 와서는 다리를 톡톡 코로 건드리더니 고개를 한껏 올려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다. "이궁 우리 개새끼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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