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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n 06. 2019

황금 보리가 더 좋아!

렛츠런 팜

제주에  처음 내려오던 날 황금들녘이 오후 빛을 받아 은빛으로 일렁이던 모습은 내 뇌리에 진하게 새겨졌다. 농사짓는 농부도 아니건만  은빛 물결의 황홀함에 사로잡혀 차를 세우고 싶었으나 갓길조차 없는 길이었기에 그저 눈도장만 찍고 내일을 기약해야 했다.


5월 보릿고개라더니 기껏 찾아가면 이미 수확이 끝난 모습만 보고 왔다. 


 알뜨르 비행장(좌) 렛츠런 파크(우)


가파도


그런데 바람이 엄청 불어대던 어느 날 우연히 찾은 곳은 렛츠런 팜이다. 지난해 렛츠런 파크에서 다양한 꽃을 찍은 경험이 있어 다시 들러 보았다. 렛츠런 파크만큼 다양한 꽃은 없었으나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보리 물결이 장관이었다.






왜 관광지의 보리밭에는 꼭 양귀비가 있을까? 이곳에도 때늦은 양귀비가 보리와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누런 보리 물결 속에서 화려한 양귀비가 수줍은 듯 살짝 얼굴을 보여 준다. 






무료라고 알고 들어가던 공원 입구에서 깍듯이 인사하며 "관람하러 오셨습니까?"라며 길을 막는 경비원에게 심통이 나서 "입장료 있나요?"라고 퉁명하게 말했던 내가 순간 너무 창피해졌다. 그분은 그저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해 주셨을 뿐인데...

관광지가 되어 버린 제주도는 예쁜 곳에 들어가려면 영락없이 입장료를 지불해야 했기에 저지른 나의 실수다.

그분은 우리가 그곳을 떠날 때도 90도 인사를 해주셨다.

" 죄송합니다.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넓은 곳에 한 마리만 놀고 있다니...


렛츠런 파크는 경주마들의 경주가 열리는 곳이고 이곳 렛츠런 팜은 혈통 좋은 경주마를 외국에서 들여와 1년 평균 약 50두에서 100두의 씨암말과 교배를 시켜 2,000두 정도의 자마를 생산하는 곳이다. 씨수말 가격이 한두에 20~40억 정도나 된다 하니 귀하고도 귀한 말이다. 씨수말은  씨암말이나 육성마와 달리 권력 다툼이 심해서 2,000평 규모에 초지에 한 마리씩 관리되고 있다.


씨수말인지 씨암말인지 모를 말 한 마리 만을 보았다


유럽의 귀족을 위한 애완동물이라는 미니어처


워낙 넓은 지역이기에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는 자전거가 비치되어 있다.


정해진 시간에 가면 트랙터를 타고 목장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그렇게 원하던 보리밭은 뜻하지 않게 수월봉 아래 고산리에서 보았다. 그곳에서는 청보리와 황금보리를  함께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뒤늦게 씨를 뿌렸나 보다.




말이 아닌 황금보리에 취해 행복한 시간을 가졌던 렛츠런 팜. 곧 수확을 앞두고 있어 다음에 제주를 찾는 분은 볼 수 없을지 모르겠다. 제주에는 청보리 축제 메밀축제 수국 축제 등이 열리고 있는데 굳이 테마파크를 찾지 않더라고 곳곳이 메밀밭이고 보리밭이다. 수국도 길섶이나 돌담길 어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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