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 곶자왈
청정한 곳에만 살며 여름밤을 밝히는 반딧불이(일명 개똥벌레)는 6월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배 쪽에 있는 마디에서 배출되는 물질(루시페린)이 산소와 만나 반짝이는 것이다. 이는 반딧불이의 사랑법으로 빛으로 암수가 소통한 후 짝짓기를 하고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자갈과 바위가 산재한 곳에 나무와 덩굴 따위가 한데 엉켜 만들어진 숲이 곶자왈(곶은 수풀, 자왈은 돌과 자갈이 모여 있는 곳)이다. 지난번 제주 방문 시 곶자왈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어둡고 축축하고 우거진 숲이 마치 정글 같은 데다 많은 모기에 물린 기억만 있어 다시 곶자왈에 가서 반딧불이를 만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어둔 숲 속을 반짝이며 날아다닐 반딧불이 보고 싶어 찾은 곳은 청수 곶자왈이다. 관찰로라고 버스가 내려준 곳은 그야말로 빛이라고는 하늘에 떠있는 달빛과 별빛뿐인 암흑이었다. 캄캄한 숲길에서 불을 켜기는커녕 말소리도 낮추며 10분 정도 걸어갔을까? 캄캄한 숲 속을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녀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관리인과 다른 관광객들에게 엄청 구박을 받고는 그저 깊숙한 안쪽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등골이 오싹한 가운데 겨우 카메라를 설치하고 별 촬영하듯이 장노출로 촬영을 하니 녀석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부터는 그들이 펼치는 쇼에 황홀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지 바로 카메라 앞까지 날아들어 겁 많은 나는 몇 번이나 주저앉았는지...
그러다 정신을 차려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부지런히 출입구를 찾아 나섰으나 관리인도 버스도 그 누구도 없었다. 그저 무섭고 겁이 나서 빠르게 걸어가고는 있었지만 칠흑 같은 어둠과 돌담 길뿐이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어 헤매고 있을 때 쥔장이 차 한 대가 남겨진 것을 알고는 급히 우리를 찾아왔다. 정말 그 누구보다 반갑고 또 반가웠다. 만일 그들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어두운 길에서 헤매다가 아침을 맞았을 게다.
지금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기는 했지만 반짝이는 반딧불이 날아다니던 장면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반딧불이에 대한 애정으로 연못에 반딧불이의 먹이가 되는 다슬기를 푸는 등 반딧불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금처럼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반딧불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생태계가 그만큼 정화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니 내년에는 더 많은 반딧불이가 우리를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