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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15. 2019

먼물깍이 있어 빛나는 선흘곶 동백동산


 '거문오름'이 폭발할 때 분출된 점성이 낮은 용암류는 저지대인 선흘곶까지  흘러들어왔고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금이가고 깨어지며 엉성한 돌무더기 대지가 되었다.  그곳에 여러 가지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게 되니 현재와 같은 곶자왈이 되었다.



선흘곶자왈은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동산이라 불렀지만 제철이 되어도 몇 송이밖에 피우지 않기에 화려한 꽃은  볼 수가 없다.  예부터 임금님께 진상하던 동백기름이 나는 동백나무는 귀하게 여겨 다른 나무들이 벌목되는 동안에도 베어내지 않았다. 벌목이 금지된 땅에 다른 나무를 심자 다른 나무들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성장이 더딘 동백나무는 그저 해를 보기 위하여 하늘로 향하다 보니 꽃을 피울 여력이 없어져 지금처럼 꽃을 제대로 피울 수가 없게 되었다 한다.


곶자왈 안으로 들어가면 열대우림처럼 나무뿌리와 바위가 뒤엉켜 곶자왈의 식생을 고스란히 나타난다. 시원한 데다 탐방로 야자수 매트를 뒤덮은 많은 낙엽을 밟으며 걷다 보면 늦가을 같은 스산함마저 느껴진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용암동굴 중 도틀굴은  1948년 4.3 사건 때 마을 주민들의 은신처가 되었다. 그러나  물을 길러 나갔던  사람이 수색대에 발각되며  많은 사람들이 학살되는 현장이 되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품은 곳이다.  낙선동 4.3 성터부터  선흘곶 동백동산까지는 도보길이 조성되어 있다.




일본인들에게 잘렸던 나무는 다시 새순을 내어 맹아림을 이루게 되었고 사람들이 피신 와서 살던 동굴은 흙으로  메워져 동굴이었는지 조차 구분이 가질 않는다. 아픔의 흔적들은 돌과 나무가 뒤엉킨 울창한 숲으로 가려지고 잊히고 있다.  



동백동산에서 가장 높은 상돌언덕은 용암이 만들어낸 돌무더기 작품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큰 바위였으나 나무뿌리가 낸 바위틈으로 빗물이 흘러들어가 양치식물 등 50 여종이 자라 식물들이 자라며 작은 동산이 되었다.



점성이 낮은 묽은 용암이 넓게 대지를 덮어 암반이 된 곳에 물이 고여  크고 작은 물 웅덩이나 연못이 되었다. 그중 가장 큰 연못이 먼물깍으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어두웠던 숲 속에서 만나는 먼물깍의  밝고 신선한 분위기는 방문객들을  감탄하게 한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물이라는 뜻(먼물)과 끄트머리를 이르는 제주어 깍이 합쳐져 먼물깍이다. 연못을 가득 채우며 자라고 있는 식물은 환경부 멸종 위기종인 순채다. 그저 마냥 앉아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고 싶은 곳이다.


탐방길에는 이처럼 작은 물 웅덩이를 여러 개 만나게 된다.




다시 시작되는 숲


건천이 대부분인 제주의 어두운 곶자왈에서 만나는 연못은 여행길에 만나는 큰 선물이다. 운치 있는 먼물깍을 보려면 습지센터에서  5 킬로미터 정도 걸어야 하므로 보행이 불편한 사람은 선흘 분교 근처에 주차를 하고 거꾸로 1 킬로미터만 걸어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선흘곶만이 자아내는 숲의 분위기는 습지센터부터 출발해야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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