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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14. 2019

요즘 물영아리 습지는...

화산 폭발로 생성된 오름 대부분의 분화구는 현무암으로 이뤄졌기에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원시림만 형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서귀포 남원읍에 있는 물영아리 오름의 분화구는 장마철에는 화구호를 형성하고 있다가 건조기에는 습지로 변하는 곳이다.  이곳의 습지는 생태적 우수성과 그 가치를 인정받아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 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따라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한라산 백록담에도 물이 고인 모습을 보기 어렵다 


물영아리 오름 입구의 넓고 넓은 초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소다.  넓은 초지는 소들에게 양보하고 우리는 목장 끝에 있는 산수국 길을 따라 오름으로 향한다. 



수망리 공동목장은 영화 늑대소년 촬영지다 



오솔길 끝에 만나는 갈림길에서 취향과 체력에 맞춰 갈길을 선택해야 한다. 왼쪽 나무판이 깔려 있는 길은 정상까지 급경사의 계단(500 미터)으로 되어 있어 몹시 힘이 드나 금세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오른쪽 야자수 매트가 깔려있는 삼나무 숲길은 완만하나 오래(2,160 미터) 걸어야 한다.





우리가 택한 계단길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오르고 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야 겨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이라고 해야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는 한참 뒤에야 만날 수 있고 물영아리 오름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분화구로 다시 내려간다. 



밝은 햇빛과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연초록의 물결, 송이고랭이다. 마치 푸르게 자라고 있는 벼처럼 찰랑찰랑 물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숲 속을 헤매다 만난 비밀의 호수는 아늑하고 밝은 초록빛으로 눈이 시원해졌다. 


고마리 잎에는 손톱 반의 반도 안되는 크기의 개구리가 있다.



인터넷에 뱀이 많다는 소리에 걱정하고 올랐건만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도 우리 눈에는 보이 지를 않는다. 자기 몸과 비슷한 숲에 숨어있는 그들을 찾아낸 것은 해설사다. 누구보다도 뱀을 싫어하는 내가 이렇게 뱀을 반기다니!  아주 작은 녀석들은 건드리지 말고 탐방로로만 걸으면 된다. 


아기 개구리가 큰 모습


10 센티미터는 될까? 아주 작지만 독이 있다는 새 살모사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된다.


해설사가 찍은 유혈목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모습 


사람이 탐방하기 위하여 놓은 나무 판 사이로 올라오는 새싹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는 오른쪽으로 나와야 한다. 전망대가 삼백여 미터 남았다고 했는데 한참을 가도 나오지 않아 지도를 보니 반대 길이었다. 숲길과 삼나무 길이 반복하여 나오는 탐방길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빠르다 하여 계단으로 올랐다가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지 말고 꼭 숲길을 걸어보자. 결코 짧지 않지만 길지 않게 느껴진다.



간간이 보이는 숲 밖의 풍경을 보며  의자에 앉아 쉬며 갈 수 있다


멋들어진 나무도 보고 


이끼 끼지 않은  삼나무도 보고 


전망대에도 올라보고 



많은 오름을 다녀도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물영아리 오름에는 특히 삼나무가 많다. 항상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혼동하였으나 수없이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보며 이제는 구분이 가능하다.  왼쪽으로 계속 따라다니는 돌담이 잣성이다. 위치에 따라 상잣성 중 잣성 하잣성으로 나누고 그에 따른 역할도 다르다. 이곳은 중 잣성으로 국영 목장이 설치되었음을 말해준다.




덩굴 식물이 큰 나무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중간이 잘려있다.


다시 보이는 소떼


울창한 숲은 비가 오지 않는데도 그 분위기를 내고 있는 삼나무길이 가장 좋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날아가지 않는 참새(?)는 어지간히도 짹짹거리고 있다. 마치 잘 돌고 온 우리를 칭찬이라도 하는 듯하다. 정말 아름다운 물영아리 오름은 비 오는 날 더욱 좋다고 하니 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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